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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국보 제147호인 천전리각석이 발견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천전리각석은 1970년 12월 24일, 반구대암각화는 이듬해 1971년 12월 25일에 발견됐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암각화가 발견된 12월을 맞아 문화 행사로 '메리 암각화(Merry Petroglyphs)'를 15일부터 31일까지 열고 있다. 

'암각화 속 문양과의 만남'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암각화박물관 야외 분수대에서 진행되는 '암각화 속 동물 문양 조형물 야외 전시' 등이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암각화박물관은 천전리 암각화 발견 50주년 기념 '바위의 기억, 염원의 기록-천전리 암각화' 특별기획전을 전시 중이다. 지난달 2일 시작해 내년 4월말까지 선보이는 기획전은 천전리 암각화가 위치한 지역 자연환경과 지역사, 선사시대 동물 문양과 기하 문양의 의미 등을 소개한다. 천전리 암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왕의 행차를 알려주는 각석과 화랑, 승려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내년 4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천전리 암각화가 위치한 지역 자연환경과 지역사, 선사시대 동물 문양과 기하 문양의 의미, 천전리 암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왕의 행차를 알려주는 각석과 화랑, 승려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들어 천전리 각석에 대한 다양한 기념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천전리암각화 발견 50주년 기념-천전리 암각화의 가치와 의의라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반구대포럼도 비슷한 행사를 가졌다. 

지난 2011년으로 기억한다. 천전리 각석에 낙서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인은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수학여행을 왔다가 장남삼아 낙서를 했다고 자백했다. 천전리 각석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바리케이트 같은 시설물을 설치해 놓았지만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천전리 각석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2㎞ 이상 떨어진 암각화 박물관에서 각석을 볼 수 있도록 설치돼 있으나 결정적으로 녹화가 되지 않아 수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고화질 CCTV 4대를 반구대 암각화에, 2대는 천전리 각석에 각각 설치하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 맘을 먹으면 언제든지 훼손이 가능한 상태인 것이 국보의 현주소다. 

중요한 것은 발견 50년이 아니라 천전리각석의 현재 상황이다. 천전리각석은 반구대암각화에서 대곡천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이 암석에는 각종 기하학적 문양과 도형, 그리고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다. 암석의 윗부분에는 쪼아서 새기는 기법으로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 등이 조각돼 있다. 아래쪽은 선을 그어 새긴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는데,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를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암석이 왜 세계 최초냐면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의 문화가 한 암면에 새겨진 기록물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수천 년의 기록이 하나의 암석에 펼쳐져 있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인 문화유산이다.

무엇보다 천전리 각석이 중요한 것은 역사시대 이전, 한반도에 인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간부터 역사시대 이후의 장대한 세월을 담고 있는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천전리각석은 그런 의미를 가진 국보다. 

울산에 있는 세계 최초의 고대 유물은 대부분 인류의 이동 경로와 관련된 고대 한반도의 유전자 지도다. 바로 이 귀중한 증좌가 한둘이 아니라 다양하게 분포한 지역이 울산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한반도 인류의 이동 증좌는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다. 검단리 환호 유적은 안내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관리하는 사람조차 하나 없다. 세계 최초의 벼농사 유적지인 옥현 유적지는 아파트 공사에 밀려 유적관에 조그맣게 보존돼 오다가 인건비 등의 이유로 유지가 힘들다며 아예 폐관해 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인류 최고이자 최대의 보물지도인 반구대암각화는 올 여름 두 차례 태풍과 큰 비에 수몰돼 쓰레기 더미에 쌓이는 수모를 겪었다.

천전리암각화라고 다르지 않다. 국보라는 이름으로 손도 못 대게 하던 문화재청이 바위 위에 낙서자국이 보도되자 CCTV를 설치하는 요란을 떨었지만 갈라진 표면이 제발 오래 버텨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적어도 암각화 앞면에 보호용 방탄 유리막이라도 설치해야 하지만 그냥 자연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발견 50주년이라고 떠들어대는 요란한 행사는 계속됐지만 실질적인 보호대책은 전무하다. 누구라도 맘만 먹으면 간신히 붙어 있는 서석조각 하나 쯤 떼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 지금의 천전리 각석이다. 

관리 주체들은 지금 당장 달려가 보라. 현장에서 오래된 국보가 어떤 모양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당장 보호책을 찾아 장기적인 보존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도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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