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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김지원씨(가명)는 저녁도, 주말도 없는 삶을 두 달째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동학대 전담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그러나 인력이 없어 김 씨 혼자 아동학대 조사와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고 있다.  

# 지역 아동쉼터 2곳 수용정원 7명 불과 포화상태 우려
지역 유일 전담 공무원이다 보니 온종일 휴대폰을 쥐고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조사 대상자들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대상자들이 보통 직장이 있어 퇴근 이후에 만남이 가능하다.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간신히 설득하더라도 방문조사를 거부하면 카페 등에서 만나야 하며 비용도 자비로 부담한다. 

김 씨는 "내 생활이 아예 없다. 오늘도 저녁 7시에 조사가 잡혀있다. 주말에도 경찰서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작년 10월부터 12월 31일까지 들어온 신고가 77건인데 피해 아동, 학대 가해자, 이웃까지 혼자 다 조사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5일 울산시에 따르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제는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됐다. 전담 공무원은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출석·진술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하며,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울산에는 각각 △울산시 1명 △남구 5명 △동구 1명(올해 1명 추가 예정) △북구 3명 △울주군 3명의 전담 공무원이 배치됐다. 선도지역이 아닌 중구는 이달부터 3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 울산시, 올해 안으로 동·북구에 쉼터 2곳 신설
그러나 해당 제도가 도입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를 이유로 방문 조사를 거부당하거나 경찰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도 허다하며,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북구의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자기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싫어한다. 방문을 거부하거나 욕을 할 때도 있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조사에 강제성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담 공무원들은 인원을 대폭 늘리거나 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통해 경력 있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인력을 데려오는 방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이달 중 중구 인력 3명 배치 등 처우개선 노력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들도 쉼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이내 2번 이상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아동들은 학대피해아동 쉼터로 옮겨진다. 현재 울산지역 학대피해아동 쉼터는 2곳, 정원은 각각 7명이며 자리가 부족할 경우 양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에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포화 상태일 경우 아이를 타지역으로 보내는 일도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북구에서는 피해 아동이 거처할 곳이 없어 김해지역 쉼터로 보내지기도 했다. 

울산시는 전담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동구와 북구에도 1곳씩 신설할 계획"이라면서 "전담 공무원들의 힘든 상황은 잘 알고 있다. 복무규정 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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