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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여론의 도마에 오른 '아동학대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문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인이 사건은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몇 차례 사전인지가 됐지만 그냥 넘긴 부분이 더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2021년을 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2의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때에도 경찰과 관계기관은 뒷짐지고 계실겁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은 기준인원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2019년 6월에 태어난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입양된 이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지난해 10월 13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숨졌다. 양부모의 신원을 공개하고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5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울산에서도 지난 한해 동안 유난히 많은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졌다.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고와 남구 국공립어린이집 학대사건, 동구 원장 딸 교사 아동학대 사건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이같은 사건을 계기로 울산지역에서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게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울산지역 각 구군에서 운영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전담 공무원이 아동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출석·진술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하며,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도록 하고 있다. 

울산에는 각각 △울산시 1명 △남구 5명 △동구 1명 △북구 3명 △울주군 3명의 전담 공무원이 배치됐다. 선도지역이 아닌 중구는 이달부터 3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입된 지 3개월 정도인 이 제도는 전담공무원들이 실제 업무에서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나타나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지 조사 부분이다. 담당 공무원이 현지 조사를 나갈 경우 코로나19를 이유로 방문 조사를 거부당하거나 경찰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북구의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자기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해당 부모는 대부분 과민반응을 보이는데, 방문을 거부하거나 욕을 할 때도 있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조사에 강제성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다"고 애로 사항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 인구 규모에 비해 담당공무원 수가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인원을 대폭 늘리거나 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통해 경력 있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인력을 데려오는 방법 등이 제시됐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실현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전 조사나 분리 보호 등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지만 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들도 쉼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은 1년 이내 2번 이상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하도록 돼 있다. 학대를 당한 해당 아동들은 학대피해아동 쉼터로 옮겨지지만 현재 울산지역 학대피해아동 쉼터는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울산의 경우 쉼터가 2곳으로 정원이 각각 7명이어서 수용인원이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자리가 부족할 경우 양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에도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지만 그마저 안될 경우에는 타지역으로 보내는 일도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북구에서는 피해 아동이 거처할 곳이 없어 김해지역 쉼터로 보내지기도 했다. 

울산시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쉼터 2곳을 더 신설하고 전담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노력보다 실질적인 조치다. 아동학대의 경우 초기 발견이나 신고가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학대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상황이 심각한 뒤에야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부모 등 친권자인데다 어린이집 등에서 발생하는 사건도 외부인들의 신고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해 아동들이 스스로 신고하기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웃이나 주변 인물들의 신고 정신이 어떤 부분보다 강조되는 이유다. 사건이 터지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폭력은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일반 폭력보다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관심이 사그라들면 그때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아동학대의 근절은 요원하다. 체계적인 관리와 예산지원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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