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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출기획 팀장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출기획 팀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 세계가 다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휩싸였다. 
 
2020년 이맘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화상회의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처럼 집단의 거대한 의식 변화를 일컬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한다. 백신 보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코로나19는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기후변화로 또 다른 재앙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지금 상태로 지속할 경우 전 지구적 재난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기후변화 논의의 시작은 1979년까지 거슬러간다.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고, 1988년 11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를 설립한 이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기후변화협약의 주된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처한 섬나라 투발루나 키리바시처럼 탄소중립이 곧 생존으로 직결되며 중요시되거나, 스웨덴과 덴마크처럼 아예 법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국에 불리하다며 협약에서 탈퇴해버린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사람은 자신과 직접 연관된 문제가 아니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변화는 어쩌면 나와 동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먼 남태평양 섬나라의 침수, 북극곰들이 숨을 돌릴 빙하의 부재, 한 달 넘게 진화되지 않는 산불, 50도의 살인적인 폭염, 태풍과 해일로 인한 수백명의 사상자 등의 이야기들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버리지 않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의 90% 이상이 인간 활동의 결과물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백신이나 오염물질 처리제와 같은 돌파구가 없다. 물론 탄소포집저장 기술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오직 인간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에너지를 아끼는 등 인간 활동의 선택 기준과 씀씀이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오랫동안 경각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행동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조금씩 후대에 걸쳐서야 성과가 나타나는 어려운 과제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사회가 변화해온 속도로는 어림도 없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2억 9,220만톤에서 2018년 7억 2,760만톤으로 약 2.5배 늘었다. 
 
석탄화력발전 비중도 17.7%에서 52.5%로 3배가 됐다. 
 
탄소중립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역행한 것이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마스크를 쓰듯이 일상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손 세정제를 찾듯이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해야 한다.
 
일회용품 없는 가게, 제로웨이스트(재활용 가능한 재료 사용 및 포장을 최소화해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캠페인) 카페, 사용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업,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까지. 최근 실천하며 변화를 이끄는 조짐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 그나마 다행이다.
 
작은 조짐에서 끝나지 않고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변화가 패러다임 전환까지 연결되기를 바란다.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 사회문화로 자리 잡길 진정으로 바라본다.
 

이것은 내가 해야 된다. 우리가 바뀌어야 된다. 우리 집이 달라져야 하고 우리 회사가, 우리 마을이, 우리 정부가,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한다. 
 
사는 데 급급해 덮어놓다가는 '사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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