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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울산 출신 독립 영웅 박상진 장군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울산시의회에서는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주간 선정'과 서훈 상향 노력 등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연한 일이다. 

백운찬 시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시의원 22명이 전원 발의한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주간 지정 선포 촉구 건의안'은 박상진 의사 '2021년 울산시 호국 인물' 선정, 8월 9일∼15일 순국 100주년 기념주간 지정, 동상 재건립, 서훈등급 상향을 위한 노력, 기념사업회 발족 및 추진단 구성 촉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을 대표 발의한 백 의원은 "올해는 울산의 독립운동가이자 무장 항일투쟁을 이끌었던 광복회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가 순국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박 의사의 겨레 사랑과 민족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울산이 낳은 근대 인물 가운데 박상진 장군은 단연 특출하다. 법률공부를 하고 판사시험에 합격했던 장군이 왜놈의 법을 집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광복군에 뛰어든 것은 스승의 영향이 컸다. 그의 일생에서 스승 허위와 이토의 심장을 도려낸 안중근 의사는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멘토였다. 

박상진 장군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당당함이다. 장군은 의병장이던 스승의 죽음 이후 만주를 떠돈 뒤 민족의 반역자들을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술국치 이후 일제처단의 기회를 엿보던 장군은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민족반역자와 부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처단을 통보했다. 이같은 기개는 일제의 폭압이 자행되는 암울했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고 비열한 일제 앞잡이와 지도부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외침이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울산에서 다시 박상진 장군을 기리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반갑다. 박 장군의 고향인 울산은 수천년 전부터 왜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도적떼에게 당당히 맞서 국권을 지켜낸 항일정신의 면면한 역사성이 흐르는 곳이다. 문제는 박상진 장군의 순국 100년을 맞은 올해에도 여전히 장군에 대한 정부의 독립유공자 서훈 조정 등 여러 문제들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진 장군에 대한 서훈 조정은 박상진 장군의 행적에도 있지만 울산이 가진 항일 정신의 역사성에도 바탕을 깔고 있다. 울산은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면 독립의 의지가 어느 곳보다 강했던 항일투쟁의 중심 도시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까마득히 먼 시절, 울산은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임진년 조일전쟁 때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섬나라 도적 떼들을 가장 최일선에서 맞선 항전의 땅이었다. 이를 기억하고 찾아낸 울산시는 최근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울산을 대하는 태도나 박상진 장군에 대한 공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역사성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상진 장군의 서훈등급은 3등급(독립장)이다. 독립 유공자들에게 명예와 같은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조국 독립과 건국에 공로가 있는 선열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 한 서훈이다. 이 서훈은 모두 5등급으로 분류돼 있고 그 분류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최고 등급인 1등급의 '대한민국장'은 현재까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도산 안창호 선생 등 31명이 받았다. 이동녕 선생과 이상재 선생의 경우 1962년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았다. 3등급인 '독립장'에는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을 역임했던 박상진 의사와 고종 황제의 밀사로 활동했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등이 서훈됐다. 유관순 열사의 경우도 3등급을 받았지만 몇해전 문제가 제기돼 별도의 서훈으로 공적을 재평가했다. 하지만 울산 출신 박상진 장군은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일은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가 박상진 장군에 대한 재조명과 기념사업에 소홀히 했던 측면도 있다. 지난 2010년의 일이다. 경술국치 100년이던 그해 공영방송의 역사 프로그램에서 울산 출신 고헌 박상진 장군의 일대기를 방송했다.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은 알아도 그의 대장 광복군 총사령 박상진 장군은 아무도 몰랐다. 방송이 나가자 울산 송정동의 고헌 생가는 뉴스의 초점이 됐다. 그리고 7년 뒤 지난 2017년 전쟁기념관은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에 헌신하고 순국한 박상진 장군을 '8월의 호국인물'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몇해가 흘렀다. 

박상진 장군에 대한 재조명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올해 순국 100주년을 맞아 고향에서부터 장군의 뜻을 기리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우리부터 장군의 뜻과 정신을 제대로 조명하고 이를 후세에 전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박상진 장군의 정신을 면면히 잇기 위해 정부에서 팔을 걷어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울산시 의회의 박상진 장군 재조명 사업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챙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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