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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포경이 빈발하고 있는 울산에서 진화한 수사 기법으로 고래 불법 포획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항공 순찰대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고래 DNA 분석 전담팀이 생긴데다 엄벌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불법 포경 도시 울산'이라는 오명을 지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울산 간절곶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2마리를 발견한 선박 2척. 선장 등 9명은 밍크고래를 서서히 한 곳으로 몰아가 작살을 던졌고, 고래를 배에 매달고 다니며 불법 포획했다.
그동안 불법 고래잡이 선원들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해양경찰 서해지방청 항공단 소속 항공기가 이 선박 2척을 감시하던 중 고래 포획 현장을 목격했고, 행위는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이는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울산해경 1009함은 해양경찰 항공기와 합동 작전을 벌여 이들을 검거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날로 지능화되는 불법 고래 포획업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용의선박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항공기를 이용해 항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래 불법포획 선박 수사의 가장 핵심은 고래 사체나 작살 등 불법포획 도구 발견 등이다. 도구는 바다에 버리는 등 증거 인멸이 심해 찾기도 어려운 상황. 특히 고래 DNA 채취는 범죄 행위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선원들은 불법 포획으로 적발되더라도 고래 DNA 채취가 어렵다는 점이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근거로 혐의를 계속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DNA 채취를 하더라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 분석하는 데 최소 1달여 이상 걸리고, 샘플 보유 고래 역시 60%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제대로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해양경찰연구센터에서 DNA 분석실을 운영해 고래 혈흔 감지 키트를 개발중이다. 단속 현장에서 고래 혈흔만 채취해 분석 의뢰하고, 그 결과를 신속히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감식 고도화 사업이 진행중이다.


고래 DNA 분석 기법 역시 현재 18개 샘플로 18번 실험을 거쳐야 DNA 확인이 가능했는데 이 실험 횟수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개발해 결과 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해양경찰연구센터 관계자는 "기존 수사방법으로는 현장에서 관련 증거물을 선별없이 채취해 분석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 사실"라며 "수사 보강책으로 고래 혈흔 채취 키트와 DNA 분석 기법을 고도화해 분석 과정을 간소화시킨다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래 포획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의지도 불법포획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해경은 다양한 수사기법으로 많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울산지검은 불법 고래 포획 선장에게 징역 4년의 중형을 구형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재판부도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초범이거나 선원으로 가담했더라도 기존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대신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하는 등 엄벌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불법 고래 포획자들의 행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울산지법의 고래 불법 포획에 대한 이례적인 선고로 엄벌 분위기의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라며 "울산해경은 다각화된 과학수사기법을 도입해 고래를 불법으로 잡는 어선, 선원들에 대해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정기자 us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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