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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고유 문화인 '고래고기' 명맥이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래고기를 찾는 손님이 대폭 감소한데다 혼획 고래도 자취를 감추면서 고래고기 유통의 악순환이 더해지면서다. 이런 추세라면 울산 '고래고기' 문화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21일 울산 남구 장생포의 고래고기 거리. 불과 2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고래고기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동네는 현재 고래고기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70년, 50년 등 전통을 내세운 고래고기 전문 집들이 전통을 유지하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고, 나머지 고래고기 취급 가게 절반 이상은 문을 닫거나 횟집으로 변한 곳이 대다수였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장생포 거리의 고래고기 취급점은 18곳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가게는 점점 줄면서 2021년 현재 절반을 밑도는 7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고래고기 전문점은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5곳은 횟집으로 운영되며 고래고기를 일부 취급하는 곳이다.

고래고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인은 "코로나19로 찾아오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주말에 외지인들이 방문하는 것 외에 손님이 없다. 장사가 안돼 적자 본지 오래"라고 하소연했다.

고래고기 수요가 줄어든 것은 '시세'가 급등한 이유도 크다.
고래고기는 보통 싯가로 판매되는데 2년전 대비 고래고기값이 2.5배 가까이 뛰어 싯가 판매도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접시당 5만원, 10만원 등의 고래고기 양은 예년 대비 3분의 1 이상 줄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래고기 유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우선 혼획 고래가 예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눈에띄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1마리 7,000만원에 거래되던 밍크고래는 지난해부터 1억4,00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고래고기 업계 관계자는 "고래고기 값이 2배 이상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래고기 양을 절반으로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고래고기집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적자지만 수십년째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을 외면할 수 없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경을 반대하고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해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윤경태 고래문화보존회 대표는 "1950년대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보다 고래고기가 훨씬 흔하고 값도 저렴해서 많이들 먹었다"라며 "그때 맛을 잊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속 찾아주면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래고기 문화가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고래고기 문화는 울산 고유의 문화이자 전통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코로나19 등 이중, 삼중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기에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 전통 문화를 지켜온 만큼 그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은정기자 us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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