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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용 유곡119안전센터장

2020년 코로나19로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재난들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늘어나고 학교, 학원 등을 가지 않고 자녀들이 홀로, 아니면 형제자매끼리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에서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려고 라면을 끓이던 중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해 형제가 크게 화를 입은 사건도 만약 초기에 소화기로 화재진압이 가능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릴수록 화재에 대한 대피훈련이나, 초기 대응훈련이 필수이다. 나이와 수준에 맞는 훈련으로 유사시에 적절히 대응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끔 학교나 직장에서도 소방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훈련이 소화기 사용법이다. 맞벌이 부모들이 집을 비운사이 어린아이들이 간단한 요리를 하려다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디에 소화기가 있는지, 어떻게 작동해 불을꺼야 하는지 훈련을 해야만 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또 다른 일상은 요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며 주방에서도 예전보다 다양한 조리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다. 만약 주방에 화재가 난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K급 소화기'란 'kitchen(주방)'의 앞 글자 'K'를 따서 주방화재에 적합한 소화기를 말한다.
주방화재는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식용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화방법 또한 다르다. 식용유 화재가 발생했을 시 물로 불을 끄려고 하면 소화가 가능할까?

이 궁금증은 지난해 1월 중부소방서의 식용유화재 시연회를 통해서 깔끔하게 해결됐다.
중부소방서 다목적훈련장에서 실시한 식용유 화재 시연은 식용유 화재 시 올바른 초기대응 방법을 알리기 위해 실시했으며 식용유의 발화온도를 만들고 발화가 되었을 때 물을 뿌려보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불이 꺼지기는커녕 시연회 세트장을 휘감을 만큼 불길이 치솟았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셈이다. 실험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연회에서는 물 뿐만 아니라 흔히들 소화기라고 하면 떠올리는 분말소화기, 주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배추, 마요네즈, 케첩으로 소화를 시도해봤지만 K급 소화기만큼 소화효과가 뛰어나지 않았으며 케첩의 경우 화재가 오히려 커졌다.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음식점,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노유자시설 등의 주방에는 K급 소화기를 1개 이상 의무 비치해야 하고 25㎡ 미만의 주방은 K급 소화기 1대, 25㎡ 이상의 주방은 K급 소화기 1대에 분말소화기를 추가로 비치해야한다고 돼 있다.

일반가정의 주방인 경우 법적으로 설치해야 되지 않더라도 적응성이 있는 소화기를 주방이나 거실의 보기 쉬운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유사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힘들었던 2020년이 지나고 희망찬 2021년이 왔다. 어느덧 1월이 지나고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설날 등 명절을 앞두고 식용유를 사용해 음식을 하다가 부주의로 인해 불이 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물이 아닌 K급 소화기를 이용하길 바란다.

힘든 일상에 화재라는 재난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오지 않길 기원하며 울산소방에서는 연중 화재예방에 힘쓰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초기에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화재진압보다는 안전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중부소방서 서장 이하 전 직원들은 시민의 생명 보호와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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