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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2013년, 가수 김연자는 '아모르파티'(라틴어: Amorfati)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제 때를 만났다. 인기몰이의 고삐를 한껏 당기고 있다. 가수 특유의 현란한 몸짓에 실린 노래를 듣고 있으면 덩달아 흥이 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中)

'아모르파티'는 운명의 사랑, 운명에 대한 사랑쯤으로 들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한 의미를 알고자 인터넷 자료를 찾아봤다.

"아모르파티는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 가운데 하나로,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운명을 감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오히려 긍정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는 사상이다. 따라서 자신의 운명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사상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아모르파티라는 말은 코로나19 사태에 시대적 혹은 시의적으로 공감하는 단어다.

'아모르파티' 즉, 운명적 만남은 울산과 떼까마귀 관계이기도 하다.

2000년도부터 떼까마귀 무리는 매년 10월 중순이면 정확하게 울산을 찾는다. 하지만 김연자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노래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울음소리 소음, 배설물 악취, 혐오감, 공포감, 재수 없다 등 갖은 구실을 붙여 오랜 시간에 걸쳐 거부했다. 따라서 떼까마귀 무리는 한동안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생태계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과 운명적으로 만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은 그동안 변화하는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울산의 것으로 활용하는 실천보다는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 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그들은 오랜 기간 악취, 매연, 소음 등 산업수도 울산으로 다소 부정적 인식됐던 이미지를 생태관광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무리는 잠자리를 떠날 때와 잠자리로 들어가기 전 일정한 시간과 범위에서 반드시 무리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생물학적 행동은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피하는 생존전략으로 무리 몸집 부각 집단행동으로 추정한다. 집단행동은 시시각각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인문학적으로 '떼까마귀 군무'라 부른다.

군무를 관찰하는 대부분 사람은 "떼까마귀가 몇 마리쯤 됩니까?"라는 질문을 반드시 한다. 이러한 질문은 반복된다. 질문을 객관적으로 답변하기 위한 떼까마귀 마릿수 조사 방법을 고민했다. 떼까마귀 무리는 모였다 흩어지기를 빠르게 반복하는 생태적 특성이 있는 새다. 그 때문에 전체 마릿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기초자료 축적의 가치성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다.

고민 끝에 창안한 것이 '이소경과 시간 계산 조사 방법'을 창안했다. 이 조사 방법은 눈이지만,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오랜 시간 같은 관찰조사 장소를 기반으로 한 체험을 바탕으로 창안했다. 이 법은 떼까마귀 무리가 이른 아침(해뜨기 전 평균 30분)에 잠자리를 박차고 날아 나오는 시간부터 이소가 끝날 때까지 지나는 시간 측정으로 마릿수를 계산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소 경과 시간 1분당 1만 마리로 계산해 20여 년 동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연자의 발표곡 중에는 '10분 내로'라는 노래도 있다. 가사도 좋지만, 리듬도 경쾌하다. 마치 그녀의 자신의  성품 같다. 필자는 이 노래의 제목과 떼까마귀 '이소경과 시간 계산조사 방법'을 겹쳐 생각해 본다. 먼저 '10분 내로' 가사를 소개한다. 

"그래요 믿어줄게요/ 나만 사랑한다면/ 딱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내가 전화할 땐/ 늦어도 십 분 내로/ 내게로 달려와요/ 꾸물대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옆길로 새지도 말고/ 여자는 꽃이랍니다/ 혼자 두지 말아요/ 당신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될래요/ 십 분 내로"(10분 내로 中). 

노랫말이 말하고자 하는 연인의 기다림 10분은 만남에서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경험에서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연인의 만남은 늦어도 10분 내에서 5분 내로 줄인다면 즐겁겠지만, 떼까마귀 이소 시간 경과는 10분에서 5분으로 줄어들면 마릿수 감소 현상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이소시간 기록자료에 바탕을 두면, 까마귀의 이소 경과 시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짧은 이소시간은 떼까마귀 마릿수 감소와 연결된다. 울산이 산업수도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태관광과 병행하겠다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산사태는 오랜 시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나타난 현상이다. 떼까마귀의 마릿수 감소 또한 영향 요소가 수년 동안 쌓여 극대화돼 나타나는 현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원인은 여러모로 진단할 수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압축 포장 사일리지 개수 증가와 청보리 재배면적 증가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추정한다. 떼까마귀 마릿수 증가는 점차 이뤄지지만, 감소는 갑자기 일어남을 인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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