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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가계빚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부진 속에 생활자금 마련과 집값 급등, 전세난, '영끌' '빚투'로 대표되는 주식투자 열풍까지 겹친 결과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울산지역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11월 기준 22조 1,000억원으로, 전달대비 2,3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 모두 증가했는데, 주택담보대출(+455억원)에 비해 기타대출(+1,852억원)이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자금 수요와 주식 투자를 위한 '빚투'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2020년 11월 울산지역 금융기관 여수신동향을 보면, 예금은행과 비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2조 1,00억원으로 1년 새 4,100억원 급증했다. 전달에 비해서는 2,300억원 증가했다. 울산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9%로, 2019년 -0.3%, 2018년 0.4%에 비하면 증가 속도가 가파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울산 전체 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은 48.3%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기타대출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타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역대 최대인 1,852억원 늘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타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계 애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은 455억원 증가로, 오히려 전년동월대비 -1.5% 증가폭이 줄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월 50.9%에서 50.6%로 -0.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울산지역 기업대출도 전월보다 1,356억원(예금은행+비은행) 늘었다. 시설 및 운전자금을 위한 부채로, 울산지역 기업들의 11월 기준 총대출 규모는 22조 3,3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당연히 저축은 줄어들었다. 울산지역 내 저축은 전월대비 137억원 감소했다. 예·적금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 이유와 함께 은행 금리에 대한 기대수익이 현저히 떨어지자 예·적금 대신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울산에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의 사정은 어떨까. 말 그대로 빚으로 시작하는 인생이다. 지난해 울산지역 신혼부부의 가계 빚은 1억원으로 연 소득의 두 배에 달했고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은 무주택자였다. 통계청 자료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초혼 신혼부부 2만 4,045쌍 가운데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부부의 비중은 84.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혼인 신고 5년 이내의 국내 거주 초혼 부부 중 금융권(제3금융권 제외)에서 받은 가계 대출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기업대출을 말한다. 사채 등은 제외됐다. 

대출이 있는 신혼부부의 대출금 잔액 중앙값은 9,894만원이었다. 중앙값은 자료를 크기 순서로 늘어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이다. 신혼부부들이 보유한 대출잔액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액의 두 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지역 신혼부부의 연간 근로·사업소득 평균은 5,165만원으로, 대출잔액 중간값의 절반 수준이었다. 

가계부채의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대부분이 주택 담보대출 증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가계대출이 주택 담보대출의 증가 속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이외에도 생활자금이나 기타 자금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다. 

울산의 가계대출은 최근 계속 증가해 왔다. 문제는 이를 감당해 낼 상황인가에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을 미뤄볼 때 시장금리 불안감은 앞으로도 더욱 증폭하는 상황이다. 이미 4~5년 전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빚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가계빚이 대폭 늘어난 것이 주택 담보대출 증가라는 하나의 요인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지금의 가계빚 증가는 생활고로 인한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시장에 내몰린 주택이 역대 최대 규모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는 가계가 속출하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의 증가가 지역경제의 회복에 엄청난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가구가 늘어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하루빨리 내수진작과 수출 회복 등 긍정적인 선순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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