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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샛바람을 뒤집다

이미희

잦아든 숨결이 빈바다를 채운다

어둠으로 번져가는 빛무리 양수

출산을 기다리는 눈빛들, 더 곡진히 산통한다

초경의 놀람을 개짐으로 감싸주던 어머니가
산도에서 미끌린다

뜨거운 구심점으로 하늘이 와 박힌다

산만한 신음이 너울을 헤맬 때마다 샛바람이 뒤집힌다

세상을 여는 자궁이 눈부신 하혈을 한다

나도 바다도 핏발을 세운다 물든다

꼭짓점을 뗀 첫울음이 벅찬 가슴을 운다

어머니의 하늘에 새 날 첫안부를 부친다

△이미희: 2008년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등단. 제64회 '계간 시세계' 시 등단. 시집 '물꽃을 보았니' '너울을 헤맬 때마다' 출간. 등대문학상,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포항 바다문학제 공모전 시 수상. 제3회 한국에세이 작품상 수상, 제5회 청림문학상 수상. 국제펜 한국본부, 울산문인협회, 울산 남구문학회 회원.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여전히 수평선 위에서 사랑하고 있다.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바다와 하늘 좀처럼 바뀌지 않은 한결같은 사랑법. 그들은 수평선을 빌어 태양이란 이름으로 매일 옥동자를 낳지만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시인은 새해아침 초경의 놀람을 개짐으로 감싸주던 어머니를 회상하며 '해돋이, 샛바람을 뒤집다' 시 한 수를 가슴에 담는다.

우리 어머니는 산통을 통해 생명을 낳고 신년 해돋이는 삼백육십오일을 예약하고 우주를 세우고 뭇 생명을 낳는다. 시인은 붉게 물든 바다를 보며 고통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늦게나마 알고 어머니의 하늘에 새 날 첫 안부를 부친다고 쓰고 있다.
그렇다.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한 없이 경이로운 일이다. 날마다 태양이 떠 준다는 것은 더없이 경이롭고 고마운 일이다. 이 시를 통해 우리들의 어머니도, 날마다 떠 주는 태양도 한 없이 고맙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평소에 우리는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날이 많지 않았던가. 늘 그 곳에 있어 주니까, 늘 그렇게 있어 줄 거니까.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우리는 어머니가 가고 없을 때 비로소 어머니의 고마움을 알고 가슴 아파하지 않았던가.
해돋이를 통해 어머니의 고마움을 다시 생각하게 한 이미희 시인에게 신축년 새해 무사안녕을 빌어본다.
해돋이, '한결같음' 불편한 그 진리는 우리들의 우주를 매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빛이고 태반인 것을.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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