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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이 다 돼가지만 울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박물관의 개관이 늦었다. 이 때문에 울산에서 발굴된 수많은 문화유산이 울산이 아닌 다른 쪽에서 홀대를 받았다. 지난 2011년 울산박물관은 개관과 함께 국가 귀속 문화재 보관·관리 기관으로 지정된 후 문화재청으로부터 울산지역 유적 45곳에서 출토한 유물 1만 4,219점에 대한 귀속 결정을 받았다. 개관 이후 울산박물관은 '울산 황성동 신석기시대 유적'과 '울산 창평동 810번지 유적'의 유물을 시작으로  유물 2,781점 인수를 마무리했다. 반환된 대부분의 유물은 울산의 역사이자 울산의 자산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내년 1월 폐관을 앞둔 울산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울산의 문화재들이 김해 등지로 유출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선 발굴을 통해 출토된 매장문화재는 국가로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박물관이 폐관하면 소장 문화재는 국립김해박물관으로의 이관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의회에서 지역의 역사문화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울산시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 소속 윤정록 의원은 서면질문을 통해 울산대학교 박물관 폐관에 따른 매장문화재 인수 방안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울산대 박물관은 1995년 12월 개관한 울산 1호 박물관이다. 공립 역사박물관이 없던 시절에 대학이 나서 문화재 발굴과 민속자료 등의 수집을 통해 울산의 역사문화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울산대학교법인은 지난해 초 이사회를 열어 박물관 운영에 따른 경영난과 울산박물관 개관 등으로 보편화된 지역 박물관 인프라를 고려해 2022년 1월 폐관키로 결정했다.

울산대학교 박물관 폐관으로 보관하고 있던 문화재가 김해박물관으로 인수되는 일은 불행하다. 윤 의원의 서면질문 취지는 울산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울산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이자 울산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 제기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이러한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울산대 박물관 폐관에 따른 지역 문화재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번 사안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지역 유산 지키기가 필요하지만 이 경우 전국의 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의 국가귀속 명분이 약화되고, 이에 따른 문화재 관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문제는 복잡해진다.

가장 최적의 방안은 울산대학교의 박물관을 존치하는 길이다. 폐관 위기에 처한 울산대학교 박물관은 지역에 박물관이 없던 시절, 울산은 물론 부산과 김해지역 매장문화재 발굴에 참여했고 현재 소장 중인 유물은 6,000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부산·김해지역 출토 유물 2,000여 점 외에 4,000점은 울산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와 기증받은 민속자료 등이다. 울산대 박물관이 이사회 결정대로 내년 1월에 폐관하면 현행법상 민속 유물을 제외한 매장문화재는 모두 국가귀속으로 국립김해박물관으로 이관될 것이라는 게 박물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불행하게도 울산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 아닌 관계로 울산대 박물관의 유물을 그대로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장고의 보존 시설도 한계가 있어,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종합박물관인 울산박물관은 지역에서 출토되는 매장문화재를 울산박물관에 귀속해 보관하게 되고, 현재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울산 유물 7만여점의 대여나 반환을 추진할 수 있지만 당연히 귀속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직도 울산에서 출토된 귀중한 유물들이 수만 여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같이 한반도의 역사를 증명할 중요한 자산이다. 울산의 경우 신라 천년의 배후항만이라는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훨씬 이전부터 한반도 문화의 태동지역이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이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라는 증좌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울산에서 출토된 수많은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은 반드시 울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특히 울산의 역사와 울산의 정신을 반영하는 유물은 하루빨리 반환작업을 통해 울산의 품에 안기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울산대 박물관에 있는 울산의 유물들을 울산에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내년에 폐관절차가 예정된 울산대 박물관의 폐관을 연기하도록 하는 일이다. 울산시가 당장 나서야 한다. 대학과 협의를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이 절대로 김해 등지로 빠져나가 홀대를 받고 창고에서 고물 취급을 받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폐관을 연기하고 울산시 차원의 지원책이나 운영방안을 찾아 대학을 설득하고 존치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 울산시가 대학과 마주 앉아 이 문제를 협의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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