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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쉿! 비밀이야!

"올리브, 있잖아."
몰리가 올리브에게 비밀을 말했어요.
"올리브, 너만 알고 있어. 절대 말하면 안 돼!"
"응. 절대 말하지 않을게!"
이제 올리브에게 비밀이 생겼어요. 비밀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한데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그렇지만……. - 토 프리먼 '쉿! 비밀이야!' 중에서

몰리가 올리브에게 비밀을 털어놓았어요. 올리브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비밀은 돌고 돌아 몰리 귀에 들어가요. 몰리는 올리브에게, 올리브는 조에게, 조는 매트에게, 매트는 롤라에게, 롤라는 다시 몰리에게 말하죠.

우리는 몰리처럼 "너만 알고 있어. 절대 말하면 안 돼!"라면서 비밀을 털어놓아요. 비밀이라면 내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으면 되는데 왜 비밀을 털어놓을까요?

상담가들은 고민을 털어놓으면 정신이 건강해지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감소하면서 대처 능력도 좋아진다고 해요.

제 비밀도 하나 털어놓을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누구라고 밝힌 순 없어요. 이건 비밀!)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서 상담도 받고 우울증 약까지 처방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어요. '저 사람은 나한테 왜 저럴까? 왜 나를 미워하지?' 하며 계속 괴로워했더니 몸까지 아픈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사촌 언니가 다니던 절에 가서 처음 보는 스님을 붙잡고 하소연했어요. 제 말을 다 들은 스님은 큰소리로 그 사람 욕을 하는 거예요. 스님은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흥분하셨죠. 사촌 언니가 "스님, 왜 그러세요?" 하며 말릴 정도까지 화를 내셨어요. 저까지 민망해질 정도였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스님을 만나고 난 뒤론 우울증이 씻은 듯이 나았어요. '내가 잘못하지 않았구나. 그 사람은 나와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뒤죽박죽되었던 마음의 실타래가 슬슬 풀리면서 명랑한 모습을 되찾았죠.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시간이 흐른 뒤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님이 일부러 그러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님은 다른 사람 욕을 하는 저를 보면서 제 잘못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제 편에 서서 제가 옳다고 해주었습니다. 마음의 병이 깊게 든 사람에겐 같은 편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계셨던 거예요.
가끔 친구들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비밀이 퍼질까 봐 망설이게 되지요. 그럴 땐 용기를 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상담해 보는 건 어떨까요. 든든한 지지자가 생겨 저처럼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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