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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서민생활이 말이 아닌 상황인데 물가까지 폭등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파와 이상기온 등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세인데다 사과와 배 가격도 뛰고 있다. 예년보다 설 명절 물가가 등락폭이 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설은 어느 때보다 제수용 물가가 크게 뛰고 있다. 특히 과일의 경우 지난해 여름 장마가 장기화되면서 작황이 나빠 가격 오름세가 무서울 정도다.

실제 통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울산지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상당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하 등 정책적 요인과 공업제품 하락이 저물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농산물 중심으로 급등했다. 또 코로나19로 집밥 수요는 늘고 바깥 활동이 줄면서, 식음료 물가는 오르고 여가 및 문화관련 물가는 내렸다. 농축산물이 크게 오르면서 날마다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큰 부담인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에 머물러 체감 물가와 공식 지표 사이의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울산 소비자지물가 지수는 105.5(2015년=100)으로 전월대비 0.9%, 전년 동월대비 0.5% 각각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0.4%, 12월 0.4%에 이어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달걀과 양파 등 농축수산물이 10.1%로 크게 올라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0.4%, 신선식품지수는 10.5% 각각 상승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울산지역 농축수산물은 일년 전보다 10.1% 올라 지난해 1월(3.5%)보다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축산물은 AI 확산의 영향으로 달걀 등의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9.3% 뛰었다. 돼지고기(9.5%), 국산쇠고기(11.7%) 등도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13.5% 올랐고 이 중 사과(41.4) 배(79.5) 양파(89.5) 파(61.4) 고구마(47.4)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공업제품은 0.5% 하락했다. 석유류가 8.3% 내렸고 휘발유 -7.5% 경유 -10.9%로 내림세였다. 다만 가공식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1.5%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5.7% 떨어졌다. 도시가스(-10.6) 전기료(-2.1)가 하락을 이끌었다. 서비스는 0.2% 올라 상품보다는 상승폭이 작았다. 연초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개인서비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관리비(9.1) 보험서비스료(8.1) 미용료(4.4)도 상승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 수요가 계속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6.5%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오락·문화(-0.9%), 통신(-1.3%), 교육(-4.9%), 교통(-2.7%) 등은 떨어졌다. 

시장의 상황과는 다른 지표들이 서민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는 꼴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는 물가 이야기가 나오면 통계상의 지표만을 내세우며 문제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체 물가상승률이 평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물가비상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 행정의 결과다. 

반면 지자체는 다르다. 울산의 경우 설 명절을 앞두고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개인서비스 요금과 농·축·수산물 수급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설 대비 지방물가 안정관리 대책'을 마련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자치 단체가 물가관리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시, 구·군별 '물가대책상황실'을 설치 운영하는 등 '설 대비 물가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조치는 요원해 보인다. 

문제는 설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 상거래와 유통질서 문란이다. 명절이면 판매가격 표시나 표시가격 준수 의무를 저버리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수용품에 원산지표시나 표시방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오름세에 있는 농수산물은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동향에 따라 소비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농수산물의 가격급등은 고스란히 서민가계의 부담으로 남는다. 

문제는 울산시 등 행정당국이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농수산물 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유류의 가격 상승률도 전년 동월대비 하나같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민물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식품류나 농축산품의 경우 시황이나 계절적 영향에 따라 오르내리기 마련이지만 공공서비스 부문의 물가는 가변성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공공부문에 대한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함께 관계 당국은 농수산물 수급교란 방지에 최대한의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서민이다. 소득은 뒷걸음인데 세금은 자꾸 오르고 물가마저 뛴다면,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설날'을 맞게 될 것이다. 물가 안정 없이 서민생활의 안정도 없고, 경제성장도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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