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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통을 가진 울산 큰줄다리기 '마두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는 소식이다. 울산중구문화원과 울산마두희보존회는 마두희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추가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공식화 했다. 마두희는 조선시대 울산 지역에서 시작돼 1900년대 초까지 열렸던 전통 큰줄다리기다. 일제강점기 이후 총독부가 조선인이 모이는 것을 통제하면서 이어지지 못한 것이 해방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하지만 울산 중구와 중구문화원이 2012년부터 재현하는 축제를 열었고, 매년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울산의 대표적인 전통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구문화원이 바로 이 마두희를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보고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나선 것이다. 한국 '줄다리기'는 지난 2015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지역 줄다리기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류의 무형문화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당시 영산줄다리기(국가 지정 제26호), 기지시줄다리기(국가 지정 제75호) 등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2개와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 4개가 포함됐다. 중구문화원은 바로 이 줄다리기 등재 부문에 마두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방향을 잡았다. 중구문화원은 지난 수년간 열린 마두희 축제를 관람, 확인해온 한국줄다리기보존회, 전문가 등이 추가 등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구문화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마두희를 울산시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기로 했다. 울산시의 무형문화재 등록 절차가 이뤄지면 전문가 집단 자문을 거쳐 국가 무형문화재 신청 필요성을 판단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추가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중구문화원은 마두희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추가 등재되면 세계적인 관련 세미나를 유치하고 지구촌에 마두희를 알리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두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울산에서 몇 안되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마두희의 경우 지역 축제의 발굴이라는 성격으로 부활한 전통문화다. 옛것을 오늘의 현장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없는 것을 만들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작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없는 춘향이를 만들어 내고 없는 논개나 흥부를 억지스럽게 끌어들인 지자체의 축제는 한 번의 이벤트로 사라졌다. 근본이 없고 중심을 잡아줄 역사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사라졌지만 오래된 우리 것을 찾아내고 이를 다듬어 오늘의 옷을 입히는 작업은 그래서 유용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바로 그 지점에 울산 마두희 축제가 있다.

마두희 축제는 300년이라는 역사성을 가진 축제다. 거슬러보면 울산이라는 지역의 큰 줄다리기 행사였던 마두희지만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끊긴 우리의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해온 우리의 놀이였다. 울산의 오래된 줄다리기 놀이는 그 이름도 특별하다. 낯선 이름 마두희는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족보를 드러내고 있다. 동대산이 바다로 빠져드는 형세가 말머리같이 생겼다는 데서 기인한 '마두'와 그 마두가 마을을 등진 채 바다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놀이로 돌려놓겠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말이 머리를 동해로 두고 마을의 기운을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 심리는 지역민을 하나로 모이게 했고 굵고 질긴 짚단을 끈으로 엮어 줄다리기의 대동놀이로 말의 기운을 다시 끌어들인다는 발상이 마두희였다.

우리 민족다운 발상이다.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을 두고 수용과 관용의 미학으로 역신을 다스린 처용의 춤사위나 거대한 자연의 기운을 대동의 힘으로 끌어당겨 한곳에 응집해 보려는 마두희의 발상은 놀랍게도 닮았다. 바로 여기서 하나 짚어볼 문제는 바로 '마두희'에 대한 명칭 문제다.

이번에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만큼 우리 것의 이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두희는 학성지에 나오고 300년의 전통을 가진 이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1936년 이후 명맥이 끊긴 마두희가 다시 살아난 것은 오늘의 사람들이 옛것을 찾아 그 의미를 살린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문제는 옛것을 찾아 오늘의 문화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반드시 옛 이름과 형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구는 울산의 종가다. 종가는 그냥 오래된 고을이기에 종가가 아니다. 울산을 울산이게 하고 울산을 내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중구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중심에는 1,000년 전 울산이 세계와 소통했던 국제 무역항이었고 통일신라의 거점이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무엇보다 울산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낯선 이름 '마두희'를 '말놀이'나 '말몰이'로 변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중구에서도 2년 전부터 마두희 앞에 '큰줄당기기'를 축제의 이름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왕이면 큰줄당기기가 말머리를 당기는 '말머리 큰줄당기기'로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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