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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년차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턱밑까지 온 모양새다. 취임 한 달 반 밖에 안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차례 사의를 표명하는 '사건'이 확인 되면서다. 신 수석이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여권 내 강경파들로부터 소위 '패싱'을 당한 것이 사의 표명의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사의표명설까지 나오면서 청와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 조율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자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만류한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고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께서 사의를 몇 차례 표시를 했고, 그때마다 대통령께서 만류를 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에 대한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인사안을 발표해 버리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날까지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고 현재도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민정수석은 검찰인사와 관련해 박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이견을 중재하고 조율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 박 장관이 추미애 라인을 그대로 살리는 안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 수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박 장관의 안대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휴일이었던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긴급 발표했다.

 추미애 라인 핵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그대로 유임시키고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심재철 검사장을 남부지검장으로 영전시킨 것이다. 이례적으로 주말에 예고 없이 검찰 인사가 발표된 데는 민정수석과의 조율없이 이뤄진 박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인사 제청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민정수석의 의견이 묵살된 채 박 장관의 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한 것으로, 사실상의 민정수석 '패싱(건너뛰기)'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보는 인사 방향과 법무부 인사와 검찰 쪽에서 원하는 사항이 다를 수 있다"며 "민정수석은 아마 (검찰과 법무부 간) 중재를 하려고 의도를 하신 것 같다. 그게 진행되는데 발표가 돼버리고 하는 것에 대해서 민정수석께서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민정수석 '패싱'이라는 단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패싱보다 조율 중인 상태에서 나갔다, 이렇게 이해를 해달라"며 "검찰 인사안이 민정수석실을 경유해서 보고되는데 그걸 패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주장이 많이 진행됐거나 또는 조율 과정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인사발표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민정수석이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인사안이 재가됐다는 점에서 패싱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 핵심 요직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실장과 이 비서관은 각각 지난달 23일, 29일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두 인사의 사의표명설까지 나오자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들의 사의 표명설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내부에 이견은 없었다"며 "이광철 비서관이 사표 낸 적도 없고 (신 수석에게)이견을 낸 적도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실장 사의설이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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