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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교육학 박사
이현지 교육학 박사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출산하려면 먼저 드는 생각이 누가 맡아 길러줄지이다. 우스갯소리로는 출산 당일 병원에서 "아유, 사돈 고생하시겠어요"라고 먼저 인사말을 하는 건네는 쪽이 육아를 떠 안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육아는 힘들고, 맞벌이 부부에게는 육아를 맡아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부부 중 한 명이 육아 휴직을 내면 된다. 육아 휴직이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근로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다. 부부 중 한 명이 육아 휴직을 해서 아이를 돌보면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휴직을 하면 생활비부터 시작해 복직했을 때 승진이나 재 적응과 자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휴직을 쉽게 결정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아이를 맡아 키워 줄 시댁부모, 친정 부모, 어린이집, 보모 등이다. 필자 또한 아이를 갖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계획에 퇴근이 늦은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자연스레 경단녀가 되어 재취업이 쉽지 않아 한 번씩은 후회가 밀려온다. 

양가 부모님들은 연로하셔서 아이를 맡아 줄 수가 없는 상황을 빨리 받아들였다. 지금은 직장을 나가지 않아 온전히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장점은 있지만, 아이의 단계별 놀이에 한계가 있어 친구들이 있는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젖병을 채 떼지 못하고 직장 다니는 부모님을 따라 아침 일찍 등원하는 아이도 있다. 경단녀 입장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보내고 재택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소일거리로 하고 있다.

한편, 직장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은퇴를 한 조부모에게 교육을 일임하는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있다. 격대교육이란 할아버지가 손자, 할머니가 손녀를 맡아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교육을 한다는 뜻이다. 격대교육은 외국에서도 각광 받으며,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도 격대교육의 수혜자임이 알려졌다.

요컨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격대교육도 늘어나는 추세고, 격대교육에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는 할머니가 등·하원을 시킨다. 자주 마주치는 할머니는 인정 넘치는 얼굴로 인사한다. 조부모들은 장차 집안을 이어갈 손자에게 일정 기대치를 갖고 있지만, 한 세대를 건너뛰는 관계이니만큼 비교적 느긋하게 관망하는 편이고, 이에 따라 조급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다소 절제된 자세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격대교육에 있어 조부모와 아이의 부모 사이에는 몇 가지 합의점이 필요하다.

첫째는 교육에 있어서 마찰이 생길 때에는 난감하다. 이럴 때는 누구의 입장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나에 갈등이 생긴다. 필자는 조부모의 의견도 존중하되 아이 부모의 입장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조부모의 입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아이는 조부모와 있는 시간이 많고 아이의 성향도 더 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에 상의하고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 

둘째, 아이 부모는 주말 혹은 퇴근 후에는 조부모에게 자유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로 움직이는데 그것을 지켜봐주고 돌봐줘야하는 조부모는 체력이 안 된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자아실현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 친구들을 만나 밥도 먹고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손주를 더 잘 돌볼 수 있다. 

셋째, 조부모라고 해도 일종의 '재취업'의 개념으로 월급은 지불돼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손자를 돌보는 어머니에게 고마움과 고단함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족이라고 손자녀를 돌보는 것을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  

티비에서는 3개월 출산 휴가를 끝으로 복직하는 딸을 위해 퇴직을 2년 앞둔 어머니가 손자의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그것이 내내 미안한 마음에 친정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손자를 위해 다니던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하시는데 그 마음을 알기에 딸은 더 미안해 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기에 더 잘 할려고 하고, 더 효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보다는 그래도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고 키우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할머니가 손자녀를 돌보면 딸은 더 믿음이 가고, 조부모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곁에서 손자녀를 돌보는 것이 한없는 기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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