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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위원

지난 2월 15일 울산시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지역확산 정책인 지역균형 뉴딜 지원방안과 연계를 강화한 '2021년도 울산형 뉴딜추진계획' 마련을 천명하면서,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과 함께 한국판 뉴딜과 정합성이 높은 사업으로써 수소산업을 지역균형 뉴딜 대표사업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산업의 근간인 수소는 사실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로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라기보다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구리 전선이나 배터리 등과 같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단, 전기나 열 등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최종에너지를 배터리 등보다는 대규모로 장시간 저장할 수 있으며, 구리 전선보다는 훨씬 장거리, 심지어 바다 건너까지 운송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소의 대규모 저장과 장거리 운송 능력은 특히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소에 체화시켜 해운을 통해 바다 건너로 이송을 가능케 해줄 수 있다. 
 
가령 호주나 사하라 내륙 사막 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값싼 친환경 전기를 국내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친환경 전기를 얻기 위해 우리는 가뜩이나 좁은 국토 여기저기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 해외 값싼 친환경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해운을 통해 국내로 도입할 수 있다면, 이런 수고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수소를 매개로 국가나 대륙 단위로 저렴하게, 특히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기를 다른 국가나 대륙으로 운반해 거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교역상품이 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적으로 수소경제가 활성화된 미래 에너지 교역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또한,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이 같은 해외 그린수소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지닌 천연가스 추출수소 대신 그린수소를 2030년 50%, 2040년에는 70%까지 확대 공급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경제성 및 재생에너지 수급 여건상 심지어 2040년 이후에도 수소생산의 85% 정도를 천연가스 추출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40년경에는 천연가스 추출수소 비중이 목표에 따라 30%까지 낮아지는 대신, 줄어든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부터 그린수소를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해외 그린수소 도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2030년 이후 실행될 종합적인 수소 해운이송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수소 수출의향 국가별로 수소 도입 전략으로써 '한국형 해외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모델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소 인수기지 준비도 지금 필요하다. 보통 인수기지 등 항만개발과 연계된 중·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실제 건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만일 적어도 2030년부터 수소 해운이송과 도입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수소 인수기지 기획이 필요하며, 첫 단계로서 인수기지 부지 선정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2030년 시범적인 수소 도입 프로젝트를 위한 최적 인수기지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008년 이후 국정과제로서 추진돼 온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현재 울산 1단계 북항사업이 '동북아 에너지 허브'라는 이름으로 LNG 인수기지를 일부 포함하도록 변경, 2020년 상부시설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상업 운영 개시가 예정돼 있다. 
 
또한, 향후 추진 예정인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2단계 남항사업은 방파제 공사 등 항만부지 개발이 곧 진행 예정이다. 
 
만일, 이 같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부지 내에 해외 그린수소 인수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그동안 울산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석유 중심의 동북아 오일허브에 LNG를 넘어 수소까지 더해져 명실상부 세계적 에너지 허브로 도약하는 데 일익(一翼)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린수소 인수기지 유치를 위한 울산시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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