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선에 머물다] 억새꽃
[詩선에 머물다] 억새꽃
  • 서금자
  • 2021.02.23 20:26
  •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억새꽃

최인수
 
머리를 빗어가다 
가을 온 줄 알았다
 
저무는 산등성이
나부끼는 은빛 물결
 
서둘러 
가야 할 길이
가르마로 놓였다
 
△최인수: 경남 사천 서포 출생, 수필시대 수필등단(2012년), 제13회 샘터 시조상 장원, 전국시조백일장(20회) 차상(2016년), 겨울호 '현대시조' 신인상(2018년), 문수필담, 울산시조협회 회원.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최인수 시조시인의 '억새꽃'은 제13회 샘터 시조상 장원 작품이다. 그의 나이 84세 때 쓴 글이다. 한 설움 삭혀 일 년 만에 백발 되어 훠이훠이 세월을 쫓고 있는 억새 앞에서 시인은 세월의 흐름을 서둘러 가야할 길을 가르마로 환치하여 시제를 부각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노년이 느끼기 쉬운 다급함과 안타까운 심상을 나부끼는 은빛 물결에서 서둘러 가야할 길이라는 결구로 이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가을 산자락 억새의 숲, 바람이 지날 때 마다 꺾일 듯 다시 일어서는 초연한 그, 운무의 장난에도 억세게 버티어 온 그, 그는 구멍 숭숭 허연 가슴만 남았지만 지조 없이 아무렇게나 굴지 않는다. 선비의 성품을 지닌 최인수 시조시인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꽃은 새 생명의 씨앗이고 식물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초점을 맞춰보면 늙음도 절망과 종점의 이미지를 뛰어 넘어서 더 높고 우련한 모습으로 볼 수 있겠다. 

 강산에 가만히 떠밀려 온 세월, 백발 탐한 적 없는 그는 오늘 분명 무죄인데 이 시조에서 우리는 억새꽃이 물결치는 언덕에 서서 흰머리를 휘날리며 인생을 관조하는 노년의 생을 아름답게 그려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빛나는 일출보다 은은한 저녁놀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건 아닐까?  서금자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울산신문은 여러분의 댓글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댓글. 도배성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댓글은 삭제 될수도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