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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갈매기는 바다 환경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새다. 바닷새는 바다 혹은 바닷가에서 먹이를 구하기 때문에 바다 환경에 서식한다. 바다에는 육지처럼 나무가 없다. 갈매기는 바위섬 혹은 지나가는 선박을 이용해 날개를 접어 쉬기도 한다. 하지만 물갈퀴가 있어 대부분 바닷물 위에서 휴식한다. 갈매기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새로 문학적 소재에 자주 등장하는 새이기도 하다. 사례로 대중가요와 어린이 동요 등 몇 곡을 소개한다.

"조기를 담뿍 잡아/기폭을 올리고/온다던 그배는/어이하여 안 오나/수평선 바라보며/그 이름 부르면/갈매기도 우는구나/눈물의 연평도" (눈물의 연평도 中)

'눈물의 연평도'는 1964년에 발표했다. 1959년 9월, 한반도를 스쳐 간 '태풍 사라호'의 사연이 바탕이 됐다. 보통 새는 노래한다는 의미의 문학적 표현 조가(鳥歌)로 쓴다. 여기서는 '갈매기도 우는구나'라고 했다. 조기잡이 나갔다가 태풍 사라호에 희생된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미망인의 애타는 마음이 갈매기의 울음소리로 확장돼 옷깃을 눈물에 젖게 한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섬집아기 2절 中)

바닷가에 삶을 정한 엄마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소리에도 마음이 설렌다. 다 못 찬 굴 바구니보다 아기가 잠에서 깨어나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겹쳐진다. 온몸이 발이 되고 귀가 돼 모랫길을 달려온 엄마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곤히 잠자는 아기를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자비로운 미소로 변한다.

"갈매기 바다 위에 날지 말아요/물항라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오늘도 아~ 가신님은 아니 오시나?" (해조곡 1절 中)

오늘도 바닷가를 찾아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물항라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바닷가를 찾아 수평선의 끝자락을 바라볼 것이다. 

무심한 갈매기가 사연도 모르고 바람을 타고 여인의 시야에서 날고 있다. 임과 함께라면 두둥실 날아오르는 풍선이 될법한 갈매기의 날갯짓이 여인의 시야에는 물항라 저고리를 눈물 젖게 하는 님의 환영(幻影)으로 떠오른다. 해조(海鳥)는 바닷새를 통칭하지만, 갈매기를 말한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바다가 고향이란다/ 갈매기 나래 위에/시를 적어 띄우는/젊은 날/ 뛰는 가슴 안고/수평선까지 달려 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 (영일만 친구 中)

"갈매기야/갈매기야/부산항 갈매기야/내 청춘이 흘러가도/너는 아직 변함이 없구나" (갈매기 사랑 中) 

'영일만 친구'와 '갈매기 사랑'에 등장하는 갈매기는 힘찬 나래 짓을 떠올리게 한다. 계면조(界面調)가 아닌 경쾌한 우조(羽調)로 불러야 맛이다.

앞에서 소개한 노래들 속에는 갈매기의 울음, 서식처, 날갯짓 등 특성을 세 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먼저 갈매기의 울음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갈매기의 서식처는 바다다. 마지막으로 갈매기는 날갯짓은 희망을 나타낸다.

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깃과에 속하는 잡식성 조류다. 세계적으로 약 86종이 알려져 있다. 

태화강의 하구 명촌지역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을 통해 태화강 중·상류까지 갈매기가 관찰된다. 구태여 바닷가를 찾지 않더라도 겨울철에는 삼호교 지역에서 재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가 관찰된다. 재갈매기는 몸집이 크며, 몸빛이 재색이라 재갈매기라 부른다. 붉은부리갈매기는 작은 몸집에 부리가 붉은색이어서 붉은부리갈매기라는 이름 붙여졌다. 

특히 붉은부리갈매기는 무리를 지어 다닌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면 늠내·구수·도호·남천·부로 등 태화강 중·상류에서 간혹 관찰된다. 필자는 현장에서 붉은부리갈매기를 볼 때마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노래가 떠올려진다.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립스틱 짙게 바르고/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영원하지도 않더라/아침에 피웠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립스틱 짙게 바르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中)

가사에서 짐작하듯, 립스틱 짙게 바르는 것은 결코 유혹을 위한 요염(妖艶)한 모습을 꾸미는 것이 아니다.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리는 결단적 행동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지워야 할 것을 기억하고 기억할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당신의 현재 행동이 아닐지? 사람도 빈손과 빈 그릇은 기회가 되면 잡을 수 있으며 담을 수 있다. 사람의 입술도 항상 붉은 것으로 정화돼 있을 때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붉은부리갈매기가 부리에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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