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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성별 차이만 두고 운영되는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영아전담쉼터' 등 좀 더 세분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이클릭아트
단순히 성별 차이만 두고 운영되는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영아전담쉼터' 등 좀 더 세분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이클릭아트

#지난해 울산 내 한 쉼터에서 분노조절장애를 앓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 던져 근처에 있던 3살 아이가 맞았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던 복지사는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일을 수습했다.

#자폐 성향이 있던 4살 아이와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아이 등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복지사의 케어가 힘든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결국 4살 아이가 김해에 위치한 한 양육원으로 전원조치 됐다.

단순히 성별 차이만 두고 운영되는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영아전담쉼터' 등 좀 더 세분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6세 미만 영유아 신고접수 17% 달해
3일 확인한 보건복지부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19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집계된 전체 신고접수된 사례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3만 45건이다. 이 중 5,893건이 6세 미만 영유아에 해당한다.

그러나 학대 피해아동 쉼터는 아이들의 발달단계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별로만 분류해 입소자를 받고 있다.

입소 기준인 만 18세 미만 아동들은 누구나 쉼터에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영유아들과 초·중·고등학생들이 뒤섞여 지낸다.

울산 한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일하는 A씨는 "아기가 있으면 미술·음악·체육 등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하기 힘들다. 쉼터는 비공개 장소라 외부인력이 들어오기 힘들다. 내부인력인 쉼터 선생님이 지도해야 하는데 아기가 울면 아기를 달래고 돌봐야 하니 학생들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라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싶어 해도 아기가 수시로 울다 보니 공부를 못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쉼터로 오는 아이들이 학대를 경험하다 보니 트라우마 증상을 가진 경우도 많다.

적대적 반항장애로 대학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거나 ADHD 판정을 받기도 하고,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등 다양한 유형의 아동들이 쉼터에 입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가 입소하게 되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사들이 힘들어서 퇴사하거나, 영유아가 양육원 등으로 전원 조치되는 일도 있다.
이에 쉼터에 입소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크다.

# "유치원·어린이집도 성장따라 분반"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최미아 활동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 연령별로 성장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반을 하는데 0~18세 아이들을 한 곳에서 돌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학대피해 아동들은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인데, 영유아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발달이 완전히 다른 상태에서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충격적이다"고 지적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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