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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첫 5,000년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부글북스·704쪽
'반(反)세계화 운동'에 참여한 런던정경대 교수인 저자가 인류학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두루 지적한 책.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인류 최초의 기록을 남긴 기원전 3,500년부터 지금까지 경제의 역사를 부채를 중심으로 살핀다.

 주류 경제학원론들은 물물교환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돈이 발명됐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인류학자인 저자는 기원전 600년경 소아시아의 리디아에서 최초의 주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신용화폐가 인간들의 상호 작용을 지배했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이웃들 사이에 '닭 20마리를 줄 테니 대신에 그 소를 나에게 다오'라는 식으로 경제가 이뤄지는 곳은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물물교환이라는 신화를 부정한다. 따라서 '물물교환-화폐 발명-신용 시스템 개발'의 순서는 정확히 그 반대라며 가상의 화폐가 가장 먼저 나오고 주화는 한참 뒤에 등장했으며 물물교환은 주화 또는 지폐의 사용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문학동네·272쪽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19년 7월 인류 달 착륙 50주년 기념 기사에서 미래 달 탐사를 이끌 젊은 연구자 5명 가운데 1명으로 천문학자 심채경을 지목했다. 그는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저자는 첫 에세이에서 천문학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빛과 어둠,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 하는 천문학자도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를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실 컴퓨터 속 데이터와 씨름하는 등 비밀을 풀기 위해 매일 골몰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저자는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고 말한다. 

 이소연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라는 점은 무시됐다고 덧붙인다.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프랑크 마르텔 지음·어크로스·256쪽
삶의 의미와 행복, 좋은 삶에 대해 연구하고,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지난해 집필진으로 참여한 핀란드 출신 철학자이자 심리학 연구자의 첫 책. 

 책은 인간이 삶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이유를 살피고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으로 성찰을 든다. 성찰은 자기 삶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래 계획을 세우게 하고,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의 바쁜 삶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바쁨은 일종의 실존적인 안심으로 공허함을 막는 대비책이며,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위한 도피처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 인생을 성공과 실패에 좌우되는 프로젝트로 바라보지 말고 순간순간이 의미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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