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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정 울산보드게임 호두대표
차윤정 울산보드게임 호두대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진 2020년.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보드게임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뉴스기사를 최근에 본 적이 있다. 
 
한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여러 개 구입하게 됐어요". 이렇게 세계인이 즐기는 놀이문화 중에 하나가 보드게임이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보급률은 세계1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감이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간의 대화 기회가 줄어들고 각자의 휴대폰 속 세상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기 때문에 휴대폰만 하려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신경전은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이와 반대로 맞벌이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한 부모 가정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식사와 온라인 수업 진행이 힘겹기만 하고 옆에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 
 
이런 이유로 여러 곳에서 돌봄 시스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다양한 돌봄 시설에 보드게임을 사용해 잘 노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보드게임을 취미생활로 시작해서 직업으로까지 연결한 워킹맘들의 보드게임 연구 활동모임이다. 
 

처음 울산보드게임연구단체 '호두'를 만들 때는 우리끼리만 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했다. 
 

보드게임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이로 인해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마주하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놀이감이다. 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좀 더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 실습하며 이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그러다 우리가 잘하는 보드게임을 활용해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고, 재능기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봉사는 지속적이어야 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고 만장일치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아도 재능기부를 할 장소를 찾아다녀야 하는 어려움에 여기저기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드렸으나 답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시작된 청소년 단기쉼터에서의 재능기부는 보람과 뿌듯함으로 가슴에 남았고, 모든 활동의 시작점이 됐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과 만나서 보드게임을 함께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학습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제 또 와요?"라고 말하는 천사들의 합창은 방전된 회원들을 일으켜 세운다. 
 
노인센터 어르신들을 만날 때는 철없는 딸처럼 우리가 먼저 재잘대면서 다가간다. 누구나 한창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늙어 이해력도 기억력도 인지능력도 조작능력도 다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에 초반엔 흥미를 가지지 않으셨는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겸허해진다. 수업 마칠 시간이 되면 “인자 잘 하제?"하면서 궁금증에 질문을 쏟아내시며, 언제 다시 오는지 물으신다. 
 
시각장애인센터에서 진행할 때는 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약간의 도움을 드리기는 하지만 스스로 연쇄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재능기부를 다니면서 서로 피드백을 하다 보면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온다.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든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알려주고자 할 때, 언어의 확장을 돕고자 할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게임의 선택지가 많아지고 각자의 경험과 현장에서의 노하우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에는 지자체의 각종 공모 지원 사업이 또 한몫을 한다.
 
보드게임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라서 1주일에 1~2번씩 재능기부에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회비로도 충당하기에는 힘겨운 부분이라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끝에 제출한 공모에서 재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연말에는 회원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5년 동안 진행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콘텐츠로 울산시민 모두와 함께 하고 싶다는 큰 꿈을 꾼다. 보드게임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자체 행사에 참여해 홍보 및 전시 체험부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청소년행사에 참가하기도 한다.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시고 관람만 하시다가 부모님들이 더 마니아가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함께 동참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배움을 받았던 아이들이 다시 재능기부로 대회나 행사에 참여하게 되고 그렇게 얻은 영향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에 동참한다. 이런 기쁨이 우리 회원들과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의 취미생활 중 하나가 보드게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왔고, 어른이 되어서는 휴식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직업을 가지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새로운 목적되기도 한다. 
 

보드게임이 누구나 할 수 있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정착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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