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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이 실패한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한 달여간 추가 교섭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노조가 회사 생존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고 오직 임단협 총회 부결의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회사는 "지금 회사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의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며 "중대 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으로 블록을 제조하는 조업이 27일간 중단돼 공정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밖으로는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 결합을 방해하는 움직임이 거세다"며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시·시민단체 등은 최근 매각 반대 10만명 서명운동을 비롯해 경남도청 앞 천막농성을 진행해 우리 회사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우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동종사와 계열사 타결 수준을 웃도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아쉬워도 지금은 유동성 악화로 추가 제시가 힘든 상황임을 헤아려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노숙농성을 중단하고 교섭 마무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 언제라도 교섭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이날 소식지를 내고 사측을 비난했다. 노조도 이날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수차례 교섭 재개 요청에도 회사는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충분히 인내하며 사측의 결단을 촉구했으나 회사는 의도적으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아가며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끝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상상하지 못한 강도 높은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중대재해(작업중지)를 핑계 삼아 교섭에 나오지 않은 일은 세계 1등 회사답지 못한 비겁한 행동이었다. 늦었지만 최선을 다해 성실 교섭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교섭 재개를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울산 본사 본관 앞에서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현대중 노사는 지난달 3일 2년치 기본급 6만 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349%, 격려금 약정임금의 100%+38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교섭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에 도출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이 이틀 뒤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58.07%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다시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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