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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대표직 사퇴를 앞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울산을 찾아 공공의료원 유치를 확약했다. 그는 "제가 송철호 울산시장과 울산공공의료원을 반드시 유치하겠다. 그걸 위해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추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남구청장 선거 출정식을 앞두고 정치적 선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발언의 문맥상 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약속이었다. 

이 전대표는 울산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광역시 이상에서는 광주·대전·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 그런데 대전과 광주에는 대학병원이라도 있는데, 울산에는 그것마저도 없다"면서 "울산이 얼마나 의료시설에서 처져 있는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의료원은 이미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서부산의료원 예타 면제를 국무회의가 결정했다"면서 "이제 남은 건 울산 뿐이다. 울산 공공의료원 예타 면제로 최단시일 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민주당 내 실세 정치인들은 이달들어 여러차례 울산을 찾아 공공의료원 유치를 약속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서 주요 공약이 되는 울산의 의료문제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이 부문에서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172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267명, 경북은 116명, 울산은 123명으로 나타났고, '인구 10만 명 당 간호사 수'는 전국 평균 248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345명, 충남은 154명, 충북은 1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의 경우 의료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중증질환이나 의료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최근 울산시민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울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최근 펴낸 '2020 울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통계자료집'에 나온 통계다. 통계자료집은 울산권역의 심뇌혈관질환 현황을 파악하고 시민건강 유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것으로 2019년 한 해 동안의 각종 질환에 대한 통계를 실었다.

울산시 전체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32.1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강원(337.1명), 충북(335.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이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사망률이다.

울산시 주요 사망원인 그룹별 1위는 암으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90.8명이었으며, 2위는 순환계통 질환으로 74.8명이었다. 주요 사망원인 중 세부 원인별 사망원인 1위는 심장질환으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9명이었고, 2위는 뇌혈관 질환 30.0명, 3위는 자살로, 인구 10만명당 24.8명에 달했다.

질환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보면, 고혈압성 질환과 당뇨병, 뇌혈관질환 사망률의 경우 울산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혈압성 질환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6.8명으로 전국 평균 4.6명에 비해 크게 높았다, 부산은 5.7명으로 2위, 인천과 경남이 5.5명으로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당뇨병 사망률도 전국 평균이 8.0명인데 반해 울산은 이것에 배에 달하는 16.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당뇨병 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도(5.3명)로 울산의 당뇨병 사망률이 세 배 이상 높았다.

뇌혈관질환도 전국 평균이 10만 명 당 21.0명에 비해 크게 높은 30.0명을 기록해 전국 최고 사망률을 보였다.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울산이 전국 평균 13.6명에 비해 다소 높은 17.5명을 기록해 사망률 17.8명을 보인 대구 다음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의 공공병원 건립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지금 추진되는 300병상 규모의 '산재전문공공병원'은 실질적인 공공병원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 

울산의 경우 실질적으로 울산시를 기반으로 하는 의과대학을 확보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취약한 지역 의료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공감대를 얻은 상태다. 실질적 의대 확보는 울산대 의대의 현지화도 포함되는 문제다. 당장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대정부 건의, 그리고 정치적 해결책 모색 등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 때만 되면 공공의료원이든 도로 신설이든 무엇이든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 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숱한 공약의 시간들을 이번에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의료든 교육이든 도시기반시설이든 이제는 하나씩 실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울산시민들을 이제 더 이상 공약만으로 허탈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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