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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곳으로 가자  정문정 지음·문학동네·256쪽
50만 부가 팔린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쓴 저자의 신작 산문집. 전작이 상처받지 않고 관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법을 말했다면, 신작은 그다음 단계에서 참고할 만한 어른스러운 태도와 감정 관리 매뉴얼을 전한다.

 20대의 트렌드를 다루는 잡지 '대학내일'에서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어린 시절 겪은 가난과 차별에 대해서도 고백한다. 끼니를 굶을 정도는 아니지만, 학과 엠티에 참가할 비용을 내기에 빠듯한 생활비 등을 언급하며 '애매한 불행이 지배한 시절'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또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 매너가 대물림되는 세상이지만 그걸 갖지 못했다고 해서 울거나 무시하지 말고 담담해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주변에 조언해줄 사람이 있는지와 역할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에 따라 꿈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불만의 집 사샤 나스피니지음·민음사·528쪽
이탈리아 중견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사샤 나스피니의 장편소설. 출간한 지 두 달 만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기로 했다. 토스카나 지방 어딘가에 위치한 상상 속 마을 '레 카세'를 배경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누아르, 고딕 소설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담았다.

 1차 대전부터 20세기 말까지 레 카세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배신, 도피, 갈등, 실종, 살인 등 기괴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화자를 바꿔가며 다층적으로 풀어간다. 서로 배신하고 속이고 복수하며 훔치고 탐하고 불륜을 일삼는, 그러면서 남의 불행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곳에서 관계가 없거나 불필요한 존재는 하나도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탈리아 사회 전체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문학 전문가 최정윤이 옮겼다.

처음 읽는 중세철학  박남희 외 13인 지음·동녘·400쪽
플로티노스,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토마스 아퀴나스와 오컴, 쿠자누스에 이르는 중세철학자 14명의 핵심 개념을 강연 형식으로 소개한 중세철학 입문서다. 희망철학연구소장과 대학 교수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책은 암흑의 시대 또는 지성적 불모의 시대로 불리는 서양의 중세에도 세계와 삶에 대해 사유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철학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중세철학을 이해할 만한 국내 연구가 많지 않다며 그동안 고대의 사유가 중세, 근대 등으로 나아가게 됐는지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중세철학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문명으로 황폐해진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 사유의 한계와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라고 덧붙인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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