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7일 울산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중세 제철 유적의 고고역사적 접근'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지난 27일 울산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중세 제철 유적의 고고역사적 접근'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울산 쇠부리가마는 필요에 따라 괴련철과 선철을 선별 생산하는 두 가지 기능을 했으며, 선철 생산시 토철을 원료로 해 한 번의 조업에서 곧바로 용융선철을 유출시켰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7일 울산박물관이 한국중세고고학회와 함께 마련한 학술대회 '한국 중세 제철 유적의 고고역사적 접근'에서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영남 지역 조선 시대 제철 기술의 한 사례-울산 쇠부리 가마'라는 주제 논문 발표를 통해 이와 같이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울산 쇠부리가마는 북한 전거리 제철로와 같이 노가 석축보다 더 높게 돌출된 구조일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타타라제철 즈쿠오시 및 제철 복원 실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노 높이가 3m 이상으로 높지 않더라도 분상의 원료를 사용할 경우 선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가고시마 석조제철로에도 석축이 구축돼 있는데, 전거리와 마찬가지로 사철을 제련해 선철을 생산했다"며 "울산 쇠부리가마와 북한 전거리, 일본 타타라·석조 제철로는 모두 18~20세기 초에 조업했고, 토철과 사철이라는 분상 원료를 제련해 선철을 생산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 쇠부리가마는 북한 전거리 제철로와 마찬가지로 석축보다 노의 높이가 더 높은 구조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기존 검토와 같이 노의 높이가 낮아 한 번에 선철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또한 비록 고로(高爐)와 같이 높은 구조가 아니라도 타타라제철과 제철복원실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분상 원료를 이용해 한 번의 조업에서 곧바로 선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따라서 기존에 제시된 울산 쇠부리가마에서의 선철 생산기술은 1·2차 공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곧바로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수정된 가설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같이 기존 연구 결과를 뒤엎고 한 번의 조업에서 곧바로 선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향후 발굴조사와 금속분석, 제철복원실험 등을 통해 가설의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선 '호서 지역 고려∼조선 시대 제철 유적 현황 및 검토'(김경호·호서문화유산연구원), '금속학적 분석 결과로 본 중세 제련 기술의 발전 양상'(최영민·아주대 도구박물관), '고려 시대 제철수공업의 운영 체계'(이정신·한남대), '조선 시대의 철 생산 체제'(서성호·전 국립중앙박물관) 등 중세 이후 철기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5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기 위한 전문가 종합 토론 등이 이어졌다. 

 신형석 울산박물관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한국 중세 제철 유적에 대한 수준 높은 논의와 전문가 교류의 장이 됐다"며 "앞으로도 학술 역량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주기자 uskhj@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