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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석 남구 생활보장주무관

커피에는 신맛 단맛 쓴맛 떫은맛 짠맛 등 다섯 가지의 맛, 오미(五味)가 어우러져 있다고들 한다. 
 
100여년 전 처음 소개될 때 그저 '쓴 서양 국물'쯤으로 인식됐던 커피는 씁쓸한 맛을 바탕으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향과 복잡한 풍미 덕분에 없어서는 안 될 현대인의 필수 음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커피의 오묘한 맛 때문에 커피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첫 모금을 넘길 때부터 잔을 다 비울 때까지 변화무쌍하게 느껴지는 맛과 향의 조화가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 같다는 의미에서다. 
 
사실 평탄한 길만 걸어가는 인생이 있을까. 저마다 나름의 '인생 쓴맛'을 보고, 잘나가던 '꿀 빠는 시절'을 보내다가 급전직하해서 나락에 빠지는 떫은 인생도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는 누구나 원하는 삶이기도 하다. 인생의 이런저런 단계를 맛으로 나타내는 이런 비유들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에 인생이 압축돼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 남구 달동의 자활기업 '텐퍼센트 커피'는 커피의 여러 맛만큼이나 여러 가지 인생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평범하지 않은 기업으로 소개해 볼 만하다.
 
텐퍼센트 커피는 지난 2018년부터 울산 남구 지역자활센터가 지역 저소득층에 자활 기회를 주기 위해 운영하는 '위드카페 사업단'에서 3년간 영업기술, 경영 기법, 로스팅과 믹싱 방법 등을 배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 4명이 자립해 나와 세운 커피전문점이다.
 
자활기업이란 두 명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자가 협력해서 조합이나 사업자의 형태로 빈곤 탈출을 위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를 말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 중 근로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근로기회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역자활센터와 함께 자활 계획을 수립한 대상자들은 처음에는 자활사업단 단계를 거친다. 
 
사업단에서 자활의지를 다지고 사업체 경영에 필요한 노하우와 관련 업무경험을 쌓아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갖추면 자활기업으로 인정받아 자립하는 것이다.
 
시장진입형 자활사업단으로 출발해 이런 과정을 다 거쳐서 창업지원과 한시적 인건비 지원을 받으며 운영을 시작한 텐퍼센트 커피는 창업자금 2억 1,000여만원의 어엿한 일반과세사업자가 됐다. 
 
사업자이자 종업원인 4명의 바리스타는 주 5일 40시간 근무하며 최저 시급 이상의 보수를 받는다. 
 

'텐퍼센트(10%)'라는 이름처럼 커피 맛과 서비스 등에서 상위 10%를 지향하면서 맛이 좋다는 반응을 얻고 있어 '자활'이라는 꼬리표를 뗄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복지향상을 통한 '행복 남구' 실현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울산 남구에서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자활을 꿈꾸는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은 텐퍼센트 커피만이 아니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우누리', 위생관리 용역업체 '우리환경', 건물 위생관리·소독 업체 '고래의 꿈'과 '행복한빗자루'가 법인과 자활기업 형태로 80여명을 고용하면서 영업 중이다. 
 
그 전단계인 자활사업단은 17개나 된다. 여기서는 140여명의 자활 희망자가 탈빈곤을 꿈꾸며 땀을 흘리고 있다.
 
자활사업단 활동 분야도 시장진입형과 사회서비스형, 인턴·도우미형, 근로유지형 등 유형별로 나눠진 사업단에서 카페, 반찬사업, 청소, 부품조립, 세탁, 세차 등으로 다양하다. 
 
시장진입형의 커피사업단에서는 자활기업으로 올라선 텐퍼센트 커피를 비롯해서, 아직은 자활사업단이지만 '위드카페'가 4호점까지 나왔고, 사회서비스형으로는 출장세차서비스와 편의점이 이미 지난해부터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9월 개점한 CU울산대정문점은 편의점사업단 모델로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시작해서 개설한 제1호 편의점이다.
 
자활(自活)이란 단어는 뜻 그대로 '스스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이 한때는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놓였었지만 지금은 더 나은 내일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새로 서는 자립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쓰디쓰다고 느꼈던 커피에서 조화로운 풍미를 맛보듯이, 인생의 쓴맛과 고단함을 경험한 이들이 자활사업을 통해 고진감래의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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