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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동구의원
김수종 동구의원

물이 빠져나간 뒤 배가 바닥에 닿아 있을 때는 아무리 대기를 써도 배가 꿈쩍도 하지 않지만, 물이 들어오면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빚대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기회가 찾아오면 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라' '어떤 일에서 좋은 시기를 얻었을 때, 태만함 없이 근면해 때를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다. 
 
2015년 이후 긴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물이 들어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조선업은 전 세계 발주량 1,025만CGT 중 532만CGT(119억 달러)를 수주해 세계 1위 수주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에 육박하는 규모이자 조선 호황기였던 2008년 이후 13년 만에 1분기 최대 수주량이다.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실적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잠정 기준 총 68척(55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 149억 달러의 37%를 달성했다. 매달 수주량도 지난 1월 14척(14억 2,000만 달러), 2월 24척(15억 4,000만 달러), 3월 30척(25억 2,000만 달러) 등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로 급감했던 해상물동량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 중심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증가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노를 저을 준비를 못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2020년 2년치 임금·단체협약을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2019년 5월 노사가 임단협 상견례를 한 이후 700일을 넘겼다. 
 
교섭 끝에 두 차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모두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사협상 역사에서 두 차례 합의안 가결에 실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선 2021년까지 포함한 초유의 3년치 임단협 교섭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아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 조선업계의 패권은 1950년대까지 영국이 차지했지만 현대화에 실패하면서 1960년대 일본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1980년대 찾아온 조선업 불황기에 선박 수요 예측 실패로 일본이 쇠퇴했고, 1990년대 우리나라가 조선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이 절대강자가 없는 치열한 조선업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저가수주를 무기로 급부상한 중국은 2012년 수주량 기준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2017년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다행히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기술 경쟁력 제고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2018년 7년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 격차는 아슬아슬하다. 2020년 우리나라가 기록한 수주량(819만CGT)과 중국의 수주량(793CGT)의 차이는 크지 않다. 중국이 내수를 기반으로 조선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 중이고, 우리나라가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강화에 힘쓰고 있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동구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던 탓에 조선업 불황과 동구의 위기는 동시에 시작됐다. 지역 상권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고, 인구가 몇 년째 줄어들기만 하면서 도시의 경쟁력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동구 주민 모두가 현대중공업이 과거 세계 1위의 위상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갈등이 아닌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조속히 현대중공업 노사가 동구의 미래,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위한 통 큰 결단을 통해 함께 노 젓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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