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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옥 울산시의원
천기옥 울산시의원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 경쟁은 치열하다. 고졸자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이 훨씬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그러니 신입생의 실력을 따질 처지도 아니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울산지역에서도 인구 감소와 유출로 학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역 대학들이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울산대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 정원 2,791명 중 2,704명이 등록, 미충원 인원 87명이 발생해 등록률 96.9%를 기록했다. 2020학년도 등록률 99.5%(2,742명 모집에 15명 부족)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미충원 인원이 가장 많은 학부(과)는 음악학부로 정원 60명에 40명만 등록해 3분 1인 20명이 미달됐다. 이어 수학과(46명 중 32명), 물리학과(47명 중 39명), 산업경영공학부(76명 중 69명), 사회과학부 법학전공(53명 중 47명), 역사문화학과(41명 중 36명) 순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올해 신입생 정원 400명 중 351명이 등록해 미충원 인원 49명 발생, 등록률이 87.7%에 그쳤다. UNST는 2014년 99.4%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해오다가 올해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지역 전문대들도 정원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울산과학대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 정원 1,640명 중 1,526명이 등록해 93.1%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울산과학대는 2017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등록률 100%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98.2%로 미달 사태를 빚은 뒤 올해는 결원 폭이 확대됐다.
 
춘해보건대학교도 올해 663명 모집에 616명이 등록, 등록률 92.9%로 전년도 97%에 비해 4.1% 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미충원 사태는 입학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등지로 유출이 지속되면서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적인 얘기지만, 이는 '신입생 부족' 현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올해 전국 각지의 대학이 맞닥뜨린 엄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 사태가 지방대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여파로 이제 한국의 대학은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재학생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그간의 속설이 학령인구가 줄고 대입 정원이 남아도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눈앞 현실이 됐다. 저 출산 여파로 학령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학이 우후죽순 신설된 탓이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쳐온다는 얘기다.
 
학력인플레이션 현상을 불러온 학력제일주의, 여기에 힘입어 수요 없는 공급을 만들어 낸 대학들, 이게 바로 최근 우리 사회 최대 화두인 100만 청년 실업자들을 만든 원천이다. 
 
대학진학 위주의 진로선택으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대학진학률, 요즘은 좀 떨어지기는 했어도 우리는 한때 85%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나타냈다. 울산의 경우 90% 취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산업계 구조적인 인력수급 불일치, 대졸청년실업문제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 왔다. 말하자면, 우리사회 청년 백수 문제는 학력팽창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이제 누구나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 노동시장의 고학력화가 야기하는 중소기업 구인난과 대졸 이상 실업률 상승이라는 일자리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지금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감히 단언하자면, 중등단계에서부터 직업교육 활성화를 도모하면, 학력 팽창에 따른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책으로 고졸 취업 확대를 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직업교육은 고졸 학력만으로 성공적으로 직업세계로 진출하고 자기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마이스터고 도입,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 병역 특례와 연계한 취업 맞춤형 교육 등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고졸 취업 활성화는 미진하다. 
 
고졸 취업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 번에 개선되는 것은 무릇 다른 사회 현상의 변화가 그렇듯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교육의 변화와 함께 기업의 변화,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까지 필요한 고졸 취업의 활성화는 더욱 어렵다. 
 
고졸의 취업이 주요 정책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는 물론, 학교와 지자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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