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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회사들  린드스트롬 지음·에크로스·320쪽
비즈니스 세계에서 상식이 붕괴하는 요인을 저자는 몇 가지로 추려낸다. 먼저 기업 대부분이 고객이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에게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기업이 고객 중심의 경영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사내 정치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기업이 너무 다양한 직급으로 이뤄졌거나, 직원들 사이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 상사가 생각과 주장을 습관적으로 바꿀 때, 파벌이 조직문화를 지배할 때,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영역을 지키는 일에 집착할 때 상식은 사라진다고 한다. 

 저자는 상식과 공감, 인간성을 중심으로 기업과 직원을 통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이 책의 원제인 '상식부(The Ministry of Common Sense)'를 설치하라고 제언한다. 기업에서 드러나는 상식의 결핍을 체계적으로 제거하고, 직원과 고객의 삶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감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의 의자·오늘의 의자  이지은 지음·모요사·256·264쪽
의자는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가구지만, 그만큼 오랜 역사와 그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다. 미술사학자이자 장식미술 감정사인 작가가 본격적으로 의자 이야기를 다룬 책을 두 권으로 나눠 펴냈다. 

 '기억의 의자'는 중세 시대부터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 의자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유럽 성당과 궁전에서 보는 유서 깊은 의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멸했는지 추적한다. 근대 이전 의자 다섯 점을 통해 각 의자와 관련된 당대의 풍경과 사람들을 살펴본다. 

 '오늘의 의자'는 가장 주목받는 소비재로 떠오른 디자인 의자 다섯 개의 탄생 과정을 파헤친다. 토네트 14번 의자, 바실리 의자, 파이미오 의자 등 디자인 아이콘이 된 유명 의자들의 내력을 조명하고, 새로운 의자를 만든 소재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아본다.
 저자가 주변 사물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사물들의 미술사' 시리즈의 2권과 3권이다.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양창모 지음·한겨레출판·288쪽
강원도에서 왕진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한 평 반짜리 진료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저자는 가파른 산길과 고개를 넘어 도착한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56편의 글을 썼다.

 저자는 왕진을 통해 극심한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의 관절염은 한겨울에도 찬물에 손빨래할 수밖에 없는 삶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또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를 진료실에서만 봤다면 이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끌며 큰방에서 현관으로 가고, 집안의 문턱을 일부러 깎아놓은 사연을 몰랐을 거라고 전한다.

 책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질병이지만 왕진에서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의사란 직업이 가지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힘이 시민들의 건강에 고스란히 연결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 등도 덧붙인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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