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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사인 코람코자산신탁에 사옥 매각후 재매입이 검토되는 울산시 중구 우정동 한국석유공사의 울산 본사 건물의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5년전 해외 자원개발 사업 실패 및 유가 급락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한국석유공사가 돌파구로 매각한 울산본사 사옥을 도로 되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 부담이 주된 이유인데, 매각 당시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터라, 석유공사의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됐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허울만 남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석유공사는 2017년 코람코에 2,200억원에 매각한 울산본사 사옥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5년 이후엔 사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형태로 계약을 맺은데 따른 것이다. 여기다 매각 당시부터 매년 85억 2,700만원씩 5년간 약 426억원에 달하는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울산본사 사옥 재매입 검토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2017년 1월 공개경쟁입찰로 코람코자산신탁에 울산혁신도시에 위치한 23층 사옥과 4만 8039.2㎡ 부지를 2,200억 여원에 매각했다. 

 '매각후 임대'라는 임차기간 15년 임대조건부 매각 방식이다 보니, 석유공사는 이전하지 않고 임차보증금 약 220억원, 연간 임차료 85억2,700만원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

 당시 석유공사의 울산본사 매각은 2017년 2월 취임한 김정래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본사 매각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1순위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2016년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614%에 달할 정도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유가 등 자원가격 하락 등으로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한 석유공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펼쳤다. 2개 본부와 5개 처 및 해외사무소를 폐지해 조직 규모를 축소했으며, 임직원은 총연봉의 10%를 반납했다. 또 해외수당 30%를 삭감하고 투자비 긴축 조정 등을 통해 4,652억원을 절감했다.


 이와 함께, 2014년 건립한 울산본사 사옥 매각으로 재무구조 건전성 확보 및 조직구조 조정 돌파구로 삼은 것. 

 하지만 당시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실효성 논란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석유공사가 본사 매각을 결정한 이유가 '부채비율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코람코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고스란히 부채로 잡혀 실제 부채비율 감소폭은 얼마되지 않았다.  

 당시 석유공사노동조합도 "사옥 매각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투기자본에게 거액의 매각 및 임대료 수익을 안겨주는 전형적인 혈세 낭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5년이 지나 석유공사가 사옥 재매입을 검토하자, 매각 명분이었던 재무구조 개선은 허울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울산본사 매각보다 금융시장에서 2% 안팍의 금융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새삼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각후 임대 구조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담보대출"라며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차라리 차입이 총비용이 더 적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5년 전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당시에 사옥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공사채 추가 발행 등을 통해 현금을 조달해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채권 이자로 어차피 적지 않은 돈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세로 우호적인 경영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 콜옵션 권리 행사가 가능한 시점이라, 높은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쓰기보다 재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18조 6,449억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원 늘었다. 반면 자산은 이 기간 18조 6,618억원에서 17조 5,040억원으로 1조 1,578억원 감소했다.

 특히 대외 차입금 의존도가 83%에 달하면서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부채의 늪에 빠진 데는 4조 8,000억원이 투입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 1조원 가량이 투입된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벌였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42.29달러로, 전년의 63.53달러보다 33%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가 과거 배럴당 80∼100달러대 샀던 해외유전 등의 자산가치도 낮아졌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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