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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조재훈 편집국장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동양철학의 진리이다.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인간이 더 낫다'고 날카롭게 표현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지나치게 재물을 탐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실천하며 남기신 가르침도 이 무소유의 철학이었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며,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고 했다.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가. 행여 자신이 '경제 낙오자'가 될까 봐 전전긍긍 몸살을 앓고 있다. 자존감을 상실한 채 마치 곡예사가 된듯하다. 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사고, 땅에 투기하고, 주식에 올인하고, 급기야 가상화폐까지 눈을 돌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자칫 한순간에 손에 쥐었던 많은 것들이 연기처럼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그 중심에 비트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실체가 없는데도 이름과 방식만으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변동성이 너무 커 한순간에 낭떠러지로 내몰릴 수 있고,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한다. 혹자는 '벼락거지'가 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친절까지 베푼다.
 
언제부터인가 땀 흘려 일하고 저축하는 행위가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받게 됐다. 필자도 이 부류에 속하겠지만 바깥세상은 그야말로 '전쟁터'이다. 총성과 함께 출발한 레이스가 어디까지 달리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느 순간에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한 2030 세대들을 지켜보노라면 그저 위태하고 불안한 마음뿐이다. 마치 올림픽 구호처럼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 쓸어 담으려는 일그러진 욕망이 바벨탑을 쌓고 또 쌓으며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적당한 재물은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너무 많은 재물은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했다. 돈은 복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위를 돌아보면 부의 축적이 삶의 목표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성세대는 부동산과 땅 투기, 자산이 부족한 2030 젊은 세대들은 주식 투자에 이어 수익률이 높은 가상화폐 투기로 옮겨붙었다. 가상 자산의 하루 거래 금액이 무려 17조에 달하는 것을 보면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한방'을 꿈꾸는 모양새다.
 
급기야 금융위원회가 나서고 국가가 개입해 조정할 태세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겁 없이 뛰어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투자까지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하며 암호화폐 투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닌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 자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으로 암호화폐 과세법안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세금은 징수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젊은 세대들은 비논리적 인식이라고 반발한다.
 

삽화 ⓒ왕생이
삽화 ⓒ왕생이

안타까운 것은 고금리,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 놓고는 오늘날 저금리 저성장시대에 사는 젊은 세대의 박탈감과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싸잡아 비난하는 데 있다. 결국 현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동의 건수를 시시각각으로 경신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 실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동시에 공정과 기회의 균등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일이 그 무엇 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가상화폐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평가 역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재평가가 조심스럽게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가상화폐의 미래를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품은 투기 열풍을 의미한다. 가격 급등이 해당 자산의 펀더멘탈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다면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그 거품은 붕괴하기 마련이다. 한 자동차 광고 말미의 '나만의 완생(完生)을 향해'라는 카피가 눈길을 끈다. 한탕주의 투기에 '몰 빵'하는 젊은이의 행태보다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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