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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잇따른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한다. 최근 2년간 저유가와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수주 절벽의 여파가 이어온 데다 최근 강재(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선박업계의 특성상 올해 초 수주 릴레이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비용에 즉시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경영상 어려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노사협상도 변수다. 이렇듯 조선업종은 복병이 늘 잠재하고 있어 세계 조선업계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박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만 갖추면 높은 효율과 고도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운산업 경쟁력의 근간인 조선산업이 해운사 등과 운항 데이터는 물론 선박 유지 및 보수에 관한 노하우 등을 서로 자유롭고 긴밀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울산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글로벌 선박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선박 스마트 물류 이송 항해시스템의 상업화를 선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의미 있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울산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글로벌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중량화물 이동체 물류 플랫폼 실증사업'에 본격 나선다고 한다. 울산시가 정부사업으로 공모한 '인공지능(AI)기반 중량화물이동체 물류 플랫폼 실증 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이번 공모에서 혁신기관과 대·중·소기업의 기능적 역할 분담을 통해 국산화와 상업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등 사업화 구조를 탄탄하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4년간 총 430억원을 투입해 포항(POSCO)과 울산 동구(현대중공업) 연안을 운항하는 중량화물이동체(Roll on Roll off 선박)를 통해 물류·운항 정보의 디지털화와 지능형 통합항해시스템 개발하는 한편 제품 상용화를 위한 실선기록(Track Record) 확보 사업 등을 벌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15개 기관, 기업체의 면면도 대내외 전문 기술 역량이 뛰어난 곳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특히 전자정보분산처리(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물류·운항 정보의 디지털화 사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해 철강 공급사인 ㈜포스코(POSCO)와 수요처인 현대중공업㈜, 운송사인 일신해운 3자가 선재·후판 등 화물 물류와 운항 정보를 확보하고 일체화해 물류 제조·이송 비용을 절감하는 사업인데 이는 향후 수출되는 승용차 등과 같은 단위 물품 관리가 필요한 화물에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능형 항해 환경 인지를 기반으로 해상 상황에 따른 안전 운항을 지원하고 실시간 선박 운항 정보공유로 효율적인 물류 운송에 기여할 수 있는 '지능형 통합항해시스템(AI-INS)' 개발도 주목을 끈다. 기존에 독립적으로 운영된 항해 통신장비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등 항해 통신 기자재를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통합 제품의 국산화를 수행해 국내 항해 통신 기자재 기업들의 생태계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어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 11종의 고도화, 위치측정기(ARPA Radar) 등 6종의 국산화, 광선레이더(Lidar) 등 4종의 신기술 개발 등 항해 통신 기자재의 주요 과제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제품 상용화를 위한 실선기록(Track Record) 확보도 중요한 사업인 건 마찬가지다. '해상 실증 테스트'로 물류·운항 정보의 디지털화와 지능형 통합항해시스템을 운항 선박에 탑재해 화물(물류) 운송 중 해상 실증을 진행하는 것으로서 정보공유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 같은 기술개발 및 해상 실증 사업이 완료되면 참여기업이 기술개발제품 양산체계 구축을 통해 국내 상선, 군함, 해경선, 해외 판로개척 등 국산 항해 통신 기자재의 시장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중소해운사 및 조선기자재 기업의 경쟁력 확보로 조선·해운산업의 동반성장이 예상된다. 경제적 효과 또한 엄청나다. 생산 유발액 712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 352억원, 취업유발 인원 377명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2,300척의 선박 발주 전망에 따라 국산 통합항해시스템(INS) 탑재 시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달성도 불가능한 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조선·해운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세스 도입이 더디고 보수적인 산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는 거대한 산업을 바꾸려는 시도는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조선·해운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산은 바로 고부가가치 미래 선박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울산이 세계적으로 조선 해양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도시로서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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