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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울산불교문인협회장

희대의 역병 '코로나19'가 여전히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성성해지고 있다. 울산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도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진소마다 줄이 길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불안하다. 
 
크고 작은 사찰들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달았다. 지난해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우여곡절 끝에 한 달을 미뤄서 약식 개최됐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당시만 해도 내년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예년처럼 개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수위를 매주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게 된다. 나훈아는 세상의 아픔을 담은 '테스형'이라는 노래로 이목을 끌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불교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 울산에 거주하는 불교문인들은 불기(佛紀)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지난 4월 8일 울산 정토사 삼천불전에서 창립법회를 개최했다.
 
부처님 말씀을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전법포교 한다는 원대한 목적을 세웠다. 울산불교문협은 역병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 시민들에게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비의 감로수를 배달할 것이다. 
 
창립법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감개무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지역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창립법회에 울산불교종단연합회 상임부회장, 조계종 울산신도회 회장, 울산예총 고문이 참석했다. 간단히 창립법회만 하고자 했는데 40여명이 넘는 문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어떤 단체라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불교문협은 창립 이후 꾸준히 입회를 문의해오고 있다. 그만큼 불교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음이다. 희망을 꿈꾸게 하는 불교문학 활동이 기대된다.
 
울산불교문협 특징은 범 종단적이다. 어느 종단 어느 절에 다니건 불교문인이면 누구나 입회가 가능하다. 향후 사업계획은 오는 6월 중순께 법명을 가지는 수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격월간으로 부처님 성지순례에 나선다. 울산 청송사지를 비롯해 울산 폐사지와 경주 남산 등을 우선 순례할 예정이다. 이는 문학적 글감을 챙겨오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부처님 정법을 배우는 스님 법문을 청하고 오는 12월에는 울산문교문학 창간호를 낼 예정이다. 불교문인들을 통해 팔만대장경의 광대무변한 부처님 말씀들이 희망을 꿈꾸게 하는 작품으로 승화될 것이다. 
 
근래 한국불교는 침체되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처님 오신 날 사찰에 달리는 연등 개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십 년 전만 해도 절 들머리까지 연등이 불을 밝혔다. 요즘은 대웅전 마당에도 듬성듬성 달린다. 
 
울산은 인근에 양산 통도사 등이 있고 경주 불국사 등 큰 사찰들이 있는 등의 영향으로 불교신자들이 타 종교에 비해 많은 도시였다. 불교가 시대의 흐름을 간과한 탓도 있겠지만 다른 종교는 타력인데 비해 불교는 자력종교라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자력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에 그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전법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길거리에서 다른 종교인들이 포교활동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무덤덤하게 지나치기만 했지 위기를 느끼지는 않았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0년대 들면서 미래 불교종자 텃밭이었던 고교 불교학생회가 대입치중 등으로 활동을 중지했다. 
 
사실 고교 불교학생회 출신들을 모태(母胎)로 통도사 울산포교당 해남사에서 울산불교청년회가 태동했다. 울산불교청년회 활동은 전법포교의 모범이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해남사 법당에서 청년회 법회가 개최됐다. 법회 날은 대웅전 문밖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지금은 모두가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지만….
 
이제는 울산불교문협이 울산 전법포교의 한 부분을 맡을 소박한 꿈을 밝힌다. 
 
부처님 말씀은 곧 문학이다. 시(詩)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절(寺)에 사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일상적 언어(言)라고 풀이할 수 있다. 광대무변한 부처님 말씀이 쟁여진 팔만대장경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불교와 문학은 둘로 나눌 수 없음이다.  
 
울산불교문협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종교적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문학을 통한 전법포교를 목적으로 하지만 울산의 생태환경을 되살리는 일에도 관심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 전통사찰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불교문인단체로서 목적에 맞는 문학적 소명을 다할 것이다. 
 
금강경 사구게 중 선종의 육조 혜능스님을 깨달음의 길로 이끈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즉 응당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낼지어다. 로 끝을 맺는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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