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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게재됐던 논술 교육을 바탕으로 경희대학교 기출 문제를 통해 수험생들이 실제로 논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아이클릭아트
그 동안 게재됐던 논술 교육을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기출 문제를 통해 수험생들이 실제로 논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아이클릭아트

그 동안 게재됐던 논술 교육을 바탕으로 대학별 기출 문제를 통해 수험생들이 실제로 논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편집자

[문제] (가)의 내용을 요약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나)에 드러난 풍자의 의미를 밝히고 (다)에 보이는 화자의 당혹감에 대해 논하시오. (1,200자, 100점)

제시문[가]
폭력은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재물에 물리적 피해를 가하는 인간의 공격적 행위를 일컫는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폭력을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여 상해, 장애, 혹은 사망을 낳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는 오랜 세월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통념에 따라 폭력의 개념을 '비합법적이거나 공인되지 않은 무력의 사용'으로만 규정하며, 그 특징을 직접성, 신체성, 개별성, 일시성, 위법성 등으로 추려내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연구자들은 기존의 정의가 폭력의 작은 일부만을 담고 있을 뿐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은 폭력의 개별적이고 가시적인 현상에 얽매이지 말고, 그러한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과 함께 더 큰 차원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폭력을 통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폭력은 지배 세력이나 주류 집단에 의해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하위 계층이나 소수집단이 사용하는 폭력은 거기에 저항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위로부터의 폭력이 아래로부터의 폭력을 부른다는 것이다. 전자는 크고 체계적이지만 지속적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으며, 후자는 작고 국지적이지만 일시적이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며 으레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폭력을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정의하려고 한 학자는 갈퉁이다. 그는 폭력이란 인간 존재가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결과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전부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나아가 직접 폭력과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폭력을 구분하고, 그 다른 폭력의 특성과 작동 방식을 밝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기준에서 직접 폭력이란 '특정 행위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자행된 육체 무력화, 극단적인 경우 살해를 포함하는 건강 박탈'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 이전의 폭력에 대한 통념과 부합한다. 이보다 일상에서 훨씬 광범위하게 작동하며 지속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는 폭력을 그는 구조적, 간접적 폭력이라 명명했다. 이는 이후 학자들에 따라 비가시적 폭력, 제도적 폭력, 일상적 폭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구조적 폭력은 그 행위가 물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인지가 쉽지 않다.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각이 어려운 것이다. 물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도 제도와 공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정당하고 합법적인 집행으로 비쳐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1대1로 대응되지 않는 것, 피해자와 피해 사실이 분명한 데 반해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러한 폭력 유형의 특징이다. 가해자가 윤리, 제도(법률), 조직, 자본 뒤에 숨어 버리거나, 복잡한 구조 속에서 책임이 분산되어 사라지고, 아니면 책임이 이리저리 전가되는 가운데 가해자가 증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종교, 또는 학문 등이 가해 사실을 합리화, 정당화하거나, 화제와 논점을 돌려 사안을 은폐, 왜곡하는 것도 주요 특징으로 설명된다. 오늘날 구조적 폭력의 개념은 사회의 여러 차원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논의되고 있다. 여성은 오랜 세월 광범위하면서도 심각한 차별을 받아왔지만, 그것이 제도와 윤리를 내세워 가해진 폭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근래의 일이다. 롭 닉슨은 산업화된 북반구에 의해 유발된 환경적인 재앙이 남반구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지칭하기 위해 '느린 폭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 '느린 폭력'은 점진적이고 시야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공간에 흩어져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파괴의 폭력이자 폭력으로 전혀 간주되지 못하는 마모적인 폭력이다. 최근에는 자유 경쟁과 공정을 내세우는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많은 피해와 희생의 토대에서 작동하는지, 또 그 피해와 희생이 어떻게 은폐되고 정당화되는지를 입증하는 논의도 활발하다.

제시문[나]
독고민은 간수를 따라 감방 구역으로 들어섰다. (…) 독고민은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 그는 두 주먹을 가슴에 모으고, 턱을 치킬싸한 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점잖고, 높은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의젓함이 있었다. 독고민은 물었다. "저분은 무슨 죄로 잡혀 있는 것입니까?"
"(…) 저 사람은 원래 유명한 시인인데, 그의 죄목은 '투시(透視)하려 한 죄'입니다. 그의 눈길을 보십시오. 마치 벽을 뚫고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것 같지요. (…) 저 사람이 순전히 여자의 알몸만 투시한 것으로는 생각지 마십시오. 만물을 다 그렇게 봤다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존재를 뚫어봤다는 소립니다. (…) 권력가들도 한때는 이 사람을 사랑하여 퍽 써먹었습니다만, 마지막에는 두려워하여 옥으로 보낸 것입니다. (…)"다음 감방 창을 열고 간수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 거기에는 웬 남자가 책상에 앉아서 제도(製圖)를 하고 있었다. "(…) 저 사람의 죄목은 '결론을 내려고 한 죄'입니다. 지금 저 사람이 하고 있는 작업은, 제도가 아니고 기호신학(記號神學) 문제를 풀고 있는 것입니다. 신학과, 철학과, 논리학과 거기에다 수학까지를 뭉친, 새로운 방법으로 존재의 구조를 수식화한다는 게 저 사람의 소원입니다. (…) 그는 밤이나 낮이나 길거리에서나 방에서나, 산에서나 바다에서나, 땅에서나 하늘에서나, 결론만 생각했습니다. (…)"
그 방에는, 용모가 매끈한 젊은이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손에 든 한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울고 있었다. (…)
"저 사람의 죄목은 '잊어버리지 않는 죄'입니다. 그저 그렇게만 말씀드려서는 얼른 어림이 안 가실 테지만, 이 사람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 죄로 여기 붙잡혀온 것입니다. 첫사랑이 다 그렇듯이, 이 청년도 쓴잔을 마셨던 것이에요. (…) 저 사진 속의 여자가 다른 여자보다 나은 것은 그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아무리 타일러도 쓸데없습니다." 최인훈, 구운몽 (1962)

제시문[다]
더운 날
적(敵)이란 해면(海綿) 같다
나의 양심과 독기를 빨아먹는
문어발 같다

흡반 같은 나의 대문의 명패보다도
정체 없는 놈
더운 날
눈이 꺼지듯 적이 꺼진다

김해동(金海東)-그놈은 항상 약삭빠른 놈이지만 언제나 부하를 사랑했다
정병일(鄭炳一)-그놈은 내심과 정반대되는 행동만을 해왔고, 그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였다
더운 날
적을 운산(運算)하고 있으면
아무 데에도 적은 없고

시금치밭에 앉는 흑나비와 주홍나비모양으로
나의 과거와 미래가 숨바꼭질만 한다
"적이 어디에 있느냐?"
"적은 꼭 있어야 하느냐?"

순사와 땅주인에서부터 과속을 범하는 운전수에까지
나의 적은 아직도 늘비하지만
어제의 적은 없고
더운 날처럼 어제의 적은 없고
더워진 날처럼 어제의 적은 없고 김수영, 적 (1962)
 
※ 해면(海綿) : 흡수력이 강한 바다 섬유 형태의 하나, 갯솜으로도 불림.
※ 운산(運算) : 1차 의미는 수학의 계산이지만, 여기서는 하나하나 따져 헤아린다는 뜻.

 

[모범 답안 예시]

한양대 논술 인문계열 모범답안 예시
한양대 논술 인문계열 모범답안 예시

[출제의도] 사회과학 개념으로 문학작품에 숨은 의미 분석 능력 파악 중점

2021년도 인문계 논술문제는 폭력에 관한 사회과학 제시문과 두 편의 문학 제시문으로 구성하여, 사회과학의 개념으로 문학작품의 숨은 의미를 해석할 것을 요구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폭력 개념의 변화와 새로 설정된 유형, 구조적 폭력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명하게 간추리는 능력 검증에 목적이 있다. 다음에는 첫 번째 제시문에서 정리한 구조적 폭력의 개념으로 두 편 문학작품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설명할 것을 요구하였다. 문학 제시문은 구운몽(최인훈, 1962)의 일부와 적(敵) (김수영, 1962) 전문이다. 두 작가는 수험생들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작품은 교육 과정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두 작품은 같은 해에 발표되었고 사회 비판적인 태도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장르와 표현 방식이 다르다. 익숙한 작가의 생소한 작품을 합리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읽어내는 능력, 하나의 개념을 적용하되 다르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능력의 검증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의 취지이다.

# 최인훈·김수영 등 익숙한 작가의 생소한 작품 출제
폭력에 관한 제시문 (가)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분석; (이재봉, 1998), 자본주의의 구조적  폭력성(이경재, 2003), 폭력과 저항 : 발리바르와 지젝(김정한, 2001), 중대한 인권침해와 국가폭력 : 고문조작간첩 피해자의 사회적 고통(한성훈, 2012), 국가폭력과 형법, 그리고 헌법(김성돈, 2018), 국가와 폭력(문수현, 2020) 등 연구논문들의 내용 을 재구성한 것이다. 최근 구조적 폭력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다양하고 활발해지면서, 사회 일반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 제시문 (나)는 광장(廣場)/구운몽(九雲夢)(최인훈 전집1, 문학과지성사, 2018)의 내용 중(271~280쪽) 문제와 관련하여 긴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생략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제시문 (다)는 김수영 전집1 시 (민음사, 2013)의 252~3쪽에 실린 시를 가져왔는데,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형태와는 표기 등 일부가 다르다.

문항 전체의 주제는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과정 '사회 평화와 공존의 윤리'(36쪽), [윤리와 사상] 교과과정 '동서양의 다양한 평화사상'(54쪽)과 관련이 있다. 제시문 (가)의 중요한 논거인 갈퉁의 평화사상 및 구조적 폭력론에 대해서는 생활과 윤리(비상, 211쪽), 생활과 윤리(천재교과서, 209쪽), 윤리와 사상(교학사, 217쪽)에서 비중 높게 다루어지고 있다. 김수영과 최인훈은 여러 문학 교과서에서 한국 근대 문학사를 기술하는 가운데 주요 작가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김수영의 작품은 (미래엔, 270쪽)과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좋은책 신사고, 272~3쪽)가 현행 문학 교과서에, 풀과 푸른 하늘을 등이 통합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최인훈의 경우는 광장의 일부가 문학 교과서에 초록되어 실려 있으며, 부수적으로 작가 및 시대 환경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비상, 262~267쪽/미래엔, 247~252쪽)

# 국가 제도 내세운 사상 탄압·가해자의 모호성 등 기술 여부 평가
제시문 (가)에 나타난 폭력 개념의 변화와 폭력의 유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간명하게 요약하였는지 여부. 제시문 (나)에서 국가가 제도(법과 감옥)를 내세워 신체를 구금함으로써 사상을 탄압하는 구조적 폭력(또는 국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기술했는지 여부(※세 개의 죄목이 가리키는 바를 구체적으로 서술했을 경우, 논리적 타당성이 있으면 가점 부여). 제시문 (다)에서 화자가 구조 속에 숨어 있어 실체가 잡히지 않는 폭력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기술했는지 여부(※김해동, 정병일,  순사,  땅주인 등은 구조적  폭력  말단의 직접 폭력 행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했을 경우 가점 부여)를 평가한다. 또 문장이 정확하고, 서술이 자연스러우며, 구성이 안정되고 균형 잡혀 있는지를 여부를 평가 한다.

[멘토의 키워드] "논제의 정확한 독해가 매우 중요"
우리는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우리가 겪는 일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관여하는 일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수히 많은 일들은 지나간다. 기후 문제 때문에 유엔에서 회의를 하고 인구 문제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회의를 해도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이런 주제들은 당장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직접적인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중요한 사건들도 이러할진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기본권이나 삶의 질적 측면에서 중요한 주제들은 더 생각하거나 고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주제들은 삶에서 자신을 온전하게 지키고 질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에서 '생활과 윤리'나 '윤리와 사상' 시간에 배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과서의 다양한 주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요원하다. 왜냐하면 심각하게 자신이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으면 개념들이 피상적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공감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고민해야 하는 과제들이다.

한양대 인문 논술은 그런 주제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묻는 대표적인 논술문제이다. 평소에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이 많거나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또 그런 시사적인 내용을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적용해 보는 훈련이 되어 있다고 판단하면 더 좋다. 실제로 한양대에서는 한일 문제가 심각할 때 기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기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어떤 지를 물었고, 질병이란 무엇인지를 말하면서 질병에 대한 생각을 깊게 통찰하는 문제를 제시했다.

한양대 인문 논술은 '부분'과 '전체'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1,200자 정도의 글을 써야하는데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통합된 글을 완성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양대 논술은 다면사고와 통합적 사고를 동시에 요구하는 한편의 완성된 글이다. 때문에 일단 논제가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금만 다르게 읽어도 글의 방향이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논제의 정확한 독해가 다른 논술 문제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논제에 맞춰 제시문들을 분석하고 숨어 있는 뜻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시문의 가시적 내용과 비가시적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후 글을 어떻게 쓸지 구조를 짜야 한다. 이때 제시문의 내용을 병렬적으로 서술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에 제시문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세밀하면서도 통일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나도록 해준다. 또 기본적인 내용에 참신함과 창의적인 생각이 더하면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상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최유신 / 조이싱크 교육(독서·논술 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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