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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철강 등 원자재 지표에 민감한 울산지역 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울산주력 제조업의 생산에 필수요소인 원유와 원자재들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까지 겹치며 물가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산업계는 물론 가계 경제에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울산산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했다.

12일(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66.77달러로 전년 동기(26.68달러)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80센트(1.2%) 오른 배럴당 66.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7센트(1.1%) 상승한 배럴당 69.32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와 철강석 등 원자재 가격도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철강석은 t당 200달러, 구리는 t당 1만 361달러를 기록하며 모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모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이다. 코로나19 이후 올해 각국의 부양책 및 소비심리 개선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값이 불붙자, 지역 산업계도 비상이다. 철강 가격 급등에 당장 조선, 자동차업계 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조선용 후판과 강판 등 철강재 가격이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수주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제조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라 추가 후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이미 수주한 선박 가격대비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향후 마진 축소가 우려된다"고 했다. 자동차업계도 당장 체감할 수는 없지만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협상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 산업단지 한 중소업체는 "납품 계약을 연 단위로 맺는데 중소 업체들이 원자재 단가 인상을 반영해달라고 할 수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제품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만 계속 나빠질게 뻔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상승한 밥상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상승하고 있어서다. 최근 2% 이상 물가 상승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물가 상승률이 더욱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울산소비자물가지수'는 105.8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상승했다. 이는 2017년 8월 2.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올랐다. 또 생선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4.7% 늘었다.

금리도 들썩거리고 있다. 이미 국채는 10년물에 이어 5년물, 3년물이 모두 오름세로 돌아섰다. 물가가 올라 3년 물 미만 단기채 금리까지 모두 오름세로 바뀌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해진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코로나19 과정에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부동산, 주식시장 모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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