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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앞바다서 혼획된 고래고기가 옮겨지고 있는 울산시 동구 방어진 위판장. ⓒ울산신문 자료사진
바다 그물에 걸려 혼획된 밍크고래가 옮겨지고 있는 울산시 동구 방어진 위판장. ⓒ울산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조업 중 그물에 걸린 고래도 유통금지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자 고래와 역사가 깊은 울산 지역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포경기지로 자리를 잡았던 남구 장생포는 유일하게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는 등 '고래'를 매개로 지역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개정안으로 지역민들은 대표적 먹거리인 '고래고기'가 사라져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생계의 위협도 호소하고 있다. 

 16일 장생포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100여 곳으로, 울산은 20여 곳 이상이 고래고기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규제와 더불어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고래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해지자 최근 몇 년 사이 절반 가량이 고래고기 판매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해수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거나 혼획되는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근심이 가득하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조업 중 의도치 않게 잡히더라도 위판 등 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 강화와 올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고래류 보호 수준에 대한 평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미 NOAA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내 수산물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고래고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은 "수십 년간 고래고기 판매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갑자기 다른 음식을 취급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냐. 이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경제는 파탄이 난 상황이다. 이 시국에 업종 변경하는 게 말이 되냐"며 토로했다.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다음달에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역민들은 단순한 보상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고 피력했다.

 과거 고래 산업을 이끌던 장생포는 국내 유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고래관광'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특색있는 '고래고기'문화가 뒤안길로 사라지게 됨으로써 지역 경제에도 큰 손해라는 것이다.

  장생포는 1899년에는 장생포가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고래를 해체하는 포경기지로 지정되면서 포경산업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게 됐다. 광복 이후 '조선포경 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포경산업은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장생포에서만 잡히는 고래가 연평균 900마리에 달하면서 '장생포는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 장생포에는 이 같은 역사성을 담은 고래박물관을 비롯해 예전 고래잡이 어촌의 모습을 재현한 고래문화마을, 국내 유일의 고래 관경선인 고래바다여행선 등이 마련돼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도 수십 억원을 투입했는데, 주요 콘텐츠인 먹거리가 없어지게 됨으로서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주민들은 강조했다. 

 장생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지자체에서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관광 사업들을 꾸려나갔는데, 정작 고래고기 문화가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하냐. 지역민들도 고래 관광과 연계한 사업들을 시작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래도시인 곳에서 고래고기 문화의 전통성을 이어나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지역민들은 이 사태를 단순히 고래고기 판매 금지로만 보고 있지 않다. 소수가 이어가고 있는 '고래고기'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번 사태에 대해 해수부에 적극 항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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