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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존경하는 멘토가 있다. 그 멘토가 늘 말했다. '사람과 가까워지는 한 가지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상대방이 이해되게 말해야 한다'고. 이 말을 들은 이후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고자 실행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학교생활이 참으로 행복한 요즘이다.

'무엇이든 물어라? 너희들이 이해를 못 한 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선생님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니 망설이지 말고 물어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했더니 너도나도 손들어서 '샘, 왜 이곳에서는 a를 쓰고, 이곳에서는 the를 쓰나요?' '이 문장에서 이 단어의 뜻은 어떻게 쓰였나요?' '동등비교와 열등비교는 무슨 뜻인가요?' 등등 어려운 문제뿐만 아니라 너무 쉬워서 묻기 창피하다고 느껴질 질문도 당당히 묻곤 했다. 친절하게 설명해 준 뒤, 질문해 줘 고맙다고 격려까지 하니 질문이 많아지고 수업에 활력이 생겨 참 좋다.
 
어제는 같은 학년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오시더니 학생들이 “이정훈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저희들에게 '질문을 하는 기쁨'을 알게 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면서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교사로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게 한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면서도 예의를 지켜주고 잘 보이려 노력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참으로 고맙고 대견스럽다. 복도를 지나가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학생들이 다가와 안아주고 '샘 보고 싶었어요'하는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들로 인해 행복하다.
 
내 과목이 영어다 보니 학생들의 실력 편차가 참 크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기 실력에 맞지 못하면 못 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노력을 하는 그 과정이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자기 위치에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그 모습이 소중하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학생들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라도 장점이 보이면 칭찬을 해주고, 못 해주면 메모를 해 놓았다가 학생을 마주칠 때 꼭 이야기해 준다.
 
수업 중 사소한 걸 가지러 사물함에 가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에게는 “1번, 지금 사소한 것을 가지러 사물함에 간다. 2번, 자리에 앉는다. 어떤 행동을 먼저 해야 할까?" 질문을 한다. 그러면 “2번요" 하며 자리에 앉는다. 이상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 야단을 치고 언성이 올라가는 순간 아이들 말로 지는 것이 되고 수업이 엉망이 돼버리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때론 차분하게 이유를 이야기하고 학생들에게 적당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동료 교사들에게 의논을 하며 방법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실력을 갖추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노력하라'는 멘토의 말씀을 따라 노력을 하다 보니 학생들과 소통이 잘 되고 그 덕분에 내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학생들과 '웃음 박수'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두 손을 마주 보고 박수를 한 번 치면서 동시에 '하', 박수 두 번 치면서 '하하', 박수 세 번 치면서 동시에 '하하하', 하하하하하…. 웃을 수 있는 한 크게 손뼉 치며 웃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이제는 제법 잘 따라 하고 웃는다. 가끔은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몸치이지만 학생들 앞에서 춤도 춘다. 기꺼이 학생들이 즐겁다면.
 
이 나이 많은 나를 예쁘다고 쓰다듬고 반겨주는 이 고운 학생들을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 이제 은퇴를 앞두고 마무리하는 단계의 학교생활이 아쉽다는 마음이 든다. 
 
이 멋진 나의 학생들에게 '세상의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공부이고 너희들 앞에 너희들이 필요한 것이 모두 있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사회에 이로운 사람이 돼라'고 말씀해 주신 멘토의 가르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교사가 되도록 남은 교직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의 학생들과 소통할 것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주는 아그들아.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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