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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20대 청년 간담회'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돈 준다고 표 안 준다"며 송영길 대표 면전에서 한 청년이 돌직구를 날렸기 때문이다. 요즘 여권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듯 쏟아내는 현금성 지원책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사람이 “대학을 안 간 사람에게 1,000만원을 주겠다"고 포문을 열자 다른 이는 “군 제대하면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심지어 세금으로 “어린이들에게 용돈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기초단체장들도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자신의 쌈짓돈도 아니고 국민들이 내고 갚아야 할 세금과 빚으로 주는 것임에도 마치 제 돈을 쓰는 듯 생색을 내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세금과 빚까지 끌어다 선심 정책을 펴는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다. '포퓰리즘 열차'는 한번 타고나면 멈추기도 힘들다. 더욱이 정치인과 대중의 사적 욕심이 결합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공짜점심'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일부 청년들이지만 “더는 이 같은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단언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돈 몇 푼 쥐여주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매수되는 것 자체가 청년세대에 대한 모욕"이라고 야무지게 소신을 밝힌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답시고 정부는 지금까지 모두 5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다. 그 규모만도 총 81조 7,000억원에 달한다. 정부 지출 재정 승수효과가 1원 대비 0.2~0.3원으로 추정된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지난달 보고서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재정 승수효과가 낮아서 예산을 늘리더라도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예산낭비 소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비효율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확인된다. 10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혈세를 퍼붓고도 실패한 출산 정책이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여지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세종시에 '유령청사'를 지어 온갖 특혜를 누렸다는 관세평가분류원의 소식은 허탈감만 키운다. 특별공급으로 분양한 4채 중 1채가 실거주도 하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세종시 거주 이전비 지원으로 국민 혈세 171억원이 새어나갔다. 장관부터 하위 공무원까지 포함됐다니 정신 나간 행정의 실체를 보는 듯하다. 서민들은 열불이 난다며 한탄한다.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속내는 위선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모호한 공급 기준과 느슨한 처분 조건 등으로 제도에 구멍이 숭숭 뚫린 탓도 크다. 하지만 그들만의 잔치, 바로 그 아수라장의 실체를 벗겨보니 너무도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국토의 균형 발전과 이를 통한 집값 안정을 목표로 조성했던 세종시가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의 재테크 투기판으로 전락해 버렸다. 세종시 특별공급제도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공무원들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었다. 내집마련 사다리가 사라져 위기감으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청년 세대들에게는 또다시 절망과 불신, 분노의 감정만 쌓일 뿐이다. 

삽화 ⓒ왕생이

어느덧 나랏 빚은 2,000조가 넘어섰다. 지난 6일 국회 재정위원회에서 국가 채무비율을 현재수준인 48.2%로 동결하기 위해서는 40년간 매년 68조원~115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해 부가가치세로 거둔 액수가 64조 9,000억원 정도인데 이 같은 규모의 세금을 더 신설해야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라는 늙어가고 있다.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뭘 믿고 '공짜점심'에 몰두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회복 과정에서 국민들의 세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일 수도 있다. 알다시피 조세원칙은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좁은 세원에 높은 세율의 기형적인 구조를 보인다. 물론 세금 정책은 정치 원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금 부담이 특정 계층에 과중하여 지나치게 징벌적으로 징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공평과세보다 무서운 게 조세저항이라 하지 않았나. 어렵게 거둔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알뜰하게 쓰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울산에도 '혈세 먹는 베짱이 집단'이나 '혈세 먹튀'는 또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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