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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홈인하다'
'집으로, 홈인하다'

"제가 하는 쓰레기 수거 일은 새벽 1~2시에 시작돼 오전 8~9시에 끝납니다. 처음 일을 시작한 지 2주 동안은 거의 저녁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역겨운 냄새와 시각을 자극하는 쓰레기 파편들로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한동안 차 뒤에 매달려 후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냄새를 피하려고 배영 자세로 자주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했고, 쓰레기에 대한 마음을 바꾸니 이제는 하루하루가 환상적인 날의 연속입니다"(책 '집으로, 홈인하다' 중에서)
 울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형진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책 '집으로, 홈인하다(도서출판 W미디어)'를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벼락치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받아들일 수도, 이해하기도 힘들었지만 삶에 끊임없이 찾아왔던 날벼락의 순간들에 맞서 본인이 갖고 있던 인식 체계와 수없이 싸워야만 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복잡한 가족관계와 아버지의 사업실패에 따른 어머니의 자살 미수, 그리고 이어진 부모님의 야반도주 사건에 집을 떠나 홀로 40여 가지의 직업을 거치며 세상에 맞서 살았다. 거기에 더해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는 아버지와 뇌경색으로 시야를 상실한 어머니에기 생활비를 보내는 삶을 15년 동안 이어왔다. 

 그럼에도 저자는 힘든 시기를 지탱해준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고 말한다. 
 이 씨는 "책은 항상 제 삶의 수액이 되어 지치고 힘든 삶을 버티게 해줬고, 글을 쓰는 것은 삶의 비타민이 되곤 했다"며 "내면에 잠재됐던 '화(火)'를 또 다른 '화(話)'로 풀어내면서 저의 굴곡진 삶에 부모님의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다. 그 사랑을 이번 책에 담았다"고 전했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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