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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사회부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지 10년이 됐다. 문제가 불거진 당시 2011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출산 전후 20∼30대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 등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입원하게 됐다. 이 가운데 산모 4명은 사망하게 된다. 
 
이 같은 사태에 정부는 역학조사에 들어갔는데,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사회 대대적으로 논란이 되자 보건당국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등 가습기 살균제 6종 수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미 해당 제품을 이용한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었으며, 잠재적 피해자가 수십만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등 정부가 나서서 피해 지원 대책을 점검하는 듯 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자 규모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울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만 수십명에 달한다. 이들이 공개한 피해 신고자는 86명이다.(2021년 3월 기준) 이 중 피해구제 인정자는 53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원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최근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환경단체와 전국을 돌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이후 만 10년간 피해구제특별법, 사회적참사특별법 등이 제정돼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법원이 연이어 가해기업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국회는 작년말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진상규명 기능을 없애버렸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재 피해자로 불인정 및 미판정상태인 사람들 가운데서 사망자가 8명 발생했다. 피해자로 인정도 못 받고 죽은 억울한 심정은 누가 달랠 수 있을까.
 
10년 동안 이렇다 할 피해자 규모도 규명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단순 피해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도 거대 기업과 발생하는 문제 속에서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그때 내가 피해자가 됐을 경우 외면받지 않으려면 이번 사건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정부의 발표보단 피해 규모를 소상히 밝혀 해당 기업이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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