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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등록문화재 제105호인 남창역사(南倉驛舍)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과정에서 10개월 가까이 방치돼 원형이 사라지거나 훼손 위기에 놓였다. 행정의 문화재 관리업무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울주군 온양읍 남창역길 40에 위치한 남창역사는 지난 2004년 9월 4일 문화재지청으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울산의 대표적인 국가 등록문화재다. 

1935년 건립돼 그해 12월 16일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남창역사는 1층 건물 1동에 건축면적 99.24㎡ 규모다. 일제강점기 지방 역사의 형식과 구조 및 공간구성을 잘 보여주는 목조 건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러한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남창역사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북서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신역사가 이전해 영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8월 31일 자로 빈 건물이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 역사 주변에 대규모 주차장 조성공사가 진행되면서 등록문화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역사 주변을 2m 가까이 절토하면서 건물이 주차장 노면보다 2m 가까이 위쪽으로 자리 잡게 됐고 건물 하단에는 조경석이 건물 3면을 둘러싸면서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던 근대문화유산 안내판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심지어 역사 건물 외벽 일부는 균열이 가거나 떨어져 나갔고, 유리창은 사라져 버렸다. 대형 창틀도 양쪽 모두 심하게 부서져 있다. 건물 내부에서 밖으로 삐쳐나온 전선과 통신선이 건물 외벽을 어지럽게 감싸면서 폐가를 연상시킬 정도다. 건물 내부도 각종 간판이나 집기 등이 널브러져서 창고로 전락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남창역사 보존과 관리에 대한 행정당국의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가치와 정신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화재는 한번 원형이 손상되면 복원이 어렵다. 울산의 다른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더 이상 방치되고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의 각별한 관심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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