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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준 동구의회 의장
홍유준 동구의회 의장

좀 단순하게 말하면 인생은 잘 먹고 잘사는 게 목표다. 1950년대 전쟁을 겪은 이후에는 의식주와 같은 1차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목표였다. 큰 집에서 좋은 차를 갖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살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여겼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여가와 같은 정신적·문화적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국민소득의 상승과 함께 나타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선진국들처럼 문화생활, 체육생활, 여가생활 등의 기반을 구축하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1972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며 성장한 울산 동구는 소위 '잘나가는 도시'였다. 조선소에서 일을 하면 의·식·주 해결이라는 당시 시대적 목표를 해소하고도 남을 만큼 소득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동구는 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도시인가 하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울산 내에서도 문화 및 체육 생활을 누리기에 가장 좋지 않은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울산시 홈페이지에는 육상경기장,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생활체육관 등의 공공체육시설 현황이 공개돼 있다. 구·군별로 살펴보면 울주군이 49개소로 가장 많고, 남구 34개소, 북구 17개소, 중구 15개소로 뒤를 이었다. 동구는 최하위인 9개소에 불과하다. 

특히 울산시가 25개소의 공공체육시설을 운영 중인데, 동구와 북구에는 단 1곳도 없다. 남구에 16개소로 대부분이 몰려 있고, 중구 6개소, 울주군 3개소 등이다. 

문화시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울산지역에는 문화회관, 공연장,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박물관, 복합문화공간, 전시관 등 총 124개소의 문화시설이 있다. 구·군별 가운데 남구가 45개소로 가장 많고, 중구 31개소, 울주군 19개소, 북구 18개소 등이다. 동구는 공공체육시설과 마찬가지로 가장 적은 12개소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울산시의 외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다음 해인 1998년 동구의 인구는 18만 9,484명으로 5개 구군 가운데 남구(32만 1,480명), 중구(23만 2,129명)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문화·체육 시설에 대한 수요가 충분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미포회관, 서부회관, 동부회관 등 체육·문화시설을 운영 중이라는 이유로 동구에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외면은 조선업 불황 이후 현대중공업이 대송문화회관과 서부회관, 동부회관, 미포복지회관 등 5개소를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관련 지원이 미비했음에도 이 시설들을 공공형으로 전환해 운영해 달라는 동구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또 울산시가 2억 8,300만원을 투입해 옛 방어진 공설화장장 부지에 건립 중인 동구 반려동물 놀이터는 동구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북구에는 울산 반려동물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예산은 국비를 포함해 111억원에 달했다. 예산뿐 아니라 시설 규모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옛 방어진 공설화장장 부지에 2013년부터 논의돼 왔던 동구 복합문화공간 건설이 반려동물 놀이터로 인해 불투명해졌다. 복합문화공간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임에도 막대한 예산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는데, 북구에 지원된 111억원 규모의 예산이면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울산시는 3억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동구 복합문화공간을 사실상 무산시켰으니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반면 동구는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 기회를 날려버리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이처럼 울산시는 광역시 승격 이후 동구의 발전을 외면해 왔고, 그 태도는 습관이 된 것인지 동구에 경제 위기가 찾아온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동구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처럼 울산시도 구·군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그것이 울산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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