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철 동구선거관리위 주무관

오랜만에 지인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실내에서 만나기보다는 야외에서 같이 산책하며 이야기하기로 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이라 이런저런 안부도 주고받고, 야외에서 산책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면서 같이 무엇을 할까 생각하게 되니 점점 기대감이 생겼다.
 
약속이란게 참 신기하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의사만 교환했을 뿐인데, 기대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고 이것저것 계획도 세우고 준비하게 됐다.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도 아닌데, 약속만으로도 내게는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선거가 끝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아주 예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선거도 약속과 무관하지 않다. 선거에서도 약속하는 일이 있다. 바로 공약이라는 약속이다. 공약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공약의 사전적 정의는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 또는 그 약속'이라고 돼있다. 즉, 다수인 국민(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약속이 공약이었다. 
 
약속을 하게 되면 우리는 기대하게 된다. 그 약속이 실현될 것을 기다린다. 그리고 지켜질 것을 믿고, 아직 실현되지 않았어도, 약속을 기준으로 계획도 세우고 여러 가지 결정도 하게 된다. 그러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실망감을 느끼고, 아쉬움이 생긴다. 반면 약속이 지켜지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욱 생겨난다. 
 
우리가 맺는 일반적인 약속은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합의해 하는 것이다. 선거에서의 약속은 일반적인 약속과는 다르게, 후보자라는 한 사람이 유권자라는 다수의 사람과 하는 약속이다 보니 서로 만나 대화하며 약속 내용을 정할 수는 없고, 후보자가 공약을 작성해 유권자에게 알리는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어느 후보자와 약속할지 투표를 통해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후보자는 당선이 되면, 재임 기간 동안 자신이 유권자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하게 되며, 유권자는 그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시간들을 갖게 된다. 선거기간에는 모든 후보자들의 공약을 인터넷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오직 선택된 당선자의 공약만이 남아 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년에는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선거와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가  한해에 겹쳐 3월에 대통령선거,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 어느 때보다 선거 분위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가 다가오는 시간 동안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을 만들기 위해 유권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볼 것이고,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기회가 점점 생겨날 것이다. 공약을 만드는데 있어서 유권자들의 의사가 잘 반영된다면 그 약속은 일방적이지 않은 상호간의 약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선거가 있을 때까지 유권자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어 예비후보자들의 공약으로 반영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있는 때까지 생겨나는 공약들을 잘 살펴보고 어떤 약속을 선택할지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공약(公約)'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씁쓸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공약(空約)'이라는 단어도 연관검색어로 함께 검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공약(空約)'은 '헛된 약속, 거짓으로 허황되게 하는 약속'을 뜻했다. 지켜질 수 있는 공약(公約)이 있는 반면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空約)도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올바른 공약을 선택해내는 유권자의 지혜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은 선거가 조금 멀리 있는 듯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 한 번씩 입후보예정자들이 내놓는 정책들을 살펴보고, SNS 등 소통창구를 통해 유권자로서의 의견을 내기도 하면서 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건강한 여론 형성기간·공약생성 기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