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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전 울산시교육청 교육국장
박흥수 전 울산시교육청 교육국장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동 학대 사건이 많은 충격과 더불어 사회적인 관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개 부모들의 훈육을 빙자한 폭력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드러나면 그제서야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얼굴 표정이나 행동을 보게 되면 그 아이의 가정의 분위기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헤아려 짐작할 수가 있다. 
 최근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4~5세 정도의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자기는 ○○어린이집 ○○반이라는 등 처음 보는 나에게 열심히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며 옆에 있는 아빠를 본다. 이 아이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그의 가정 분위기와 부모의 사랑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본다.

 1938년에 시작한 성인 발달에 관한 '하버드 그랜트 연구'는 268명의 대상자를 선정하여, 대학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는데, 42년 넘게 총책임자로 이 연구를 이끌어온 저자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비밀'에서 75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통해 밝혀낸 '행복한 인생의 비밀'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는 엄청난 통계 자료와 함께 75년간 추적 조사한 것으로 연구자의 열정이 찾아낸 행복한 인생의 비밀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학이 발달하여 평범한 사람도 100세까지 사는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일생 동안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지금까지 인간발달에 대한 연구는 유아기, 청소년기의 성장이나 건강과 생활습관의 연관성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하버드 그랜트 연구'는 독보적이고 전례가 없는 귀중한 연구라고 할 수가 있다.   여기서는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외모, 지능, 신체적 건강, 직업, 결혼, 정치, 종교, 방어기제, 그리고 음주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놀라운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겪은 불행은 이후의 삶에서 극복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노년기에도 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동기에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 자랐거나, 아동기에 가졌던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간접적 결과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아동기야말로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삶을 확신을 갖고 살아가도록 온힘을 다해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앞으로 인생 전반에 걸쳐 성공하는 삶을 예상하게 하는 척도는 어린 시절의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특권이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경험이다.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은 남에 대한 믿음, 신뢰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대한 신뢰도 가지게 한다. 어릴 때 기울이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아이가 삶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살아가도록 해준다. 물론 부모의 빈자리는 조부모나 이웃도 대신 할 수 있다. 

 75년 동안 이어져온 이 연구는 행복한 삶을 떠받드는 2개의 기둥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원만한 인간 관계가 바로 한 개인의 행복한 삶을 지배하게 된다.
 올해 101세인 원로 철학자로 저서와 강연을 통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김형석 교수도 행복은 원만한 인간 관계에서 온다고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어려서부터 받아온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가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조사한 성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에서, 기술 능력은 15%, 원만한 인간 관계와 공감 능력이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정에서의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자녀에게 주는 사랑은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자녀들은 은연중에 부모를 보면서 따라하기 마련이다. 좋은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바르게 성장할 수가 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면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가 낳았지만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아동 학대도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대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남의 아이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면 자녀 역시 부모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둘째 시간을 함께 한다.
 자녀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껏 뛰노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는데 함께 하는 자녀는 어떨까. 요즈음 휴일에 공원에서 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 부부들을 볼 때마다 흐뭇하며 아이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셋째, 자녀들과 긍정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EBS에서 방영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성적 상위 0.1%(1,000명 중 1위) 학생의 부모와의 대화는 일반 학생들의 부모와는 사뭇 달랐다. 전자는 수용, 애정, 관심 등의 중립 혹은 긍적적인 반응이 80%가 넘었으나 후자는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비난 40%, 분노 33% 즉 대화의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즉, 성적이 상위 0.1%에 해당하는 부모들은 긍정적인 대화를 통하여 자식이 자존감을 갖게 하고 그 자존감은 학생이 공부하려는 의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녀들의 인격을 인정해 주고 시간을 함께 하면서 나누는 긍정적인 대화가 자녀들을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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