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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 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의회 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매년 연말 정례회 때 이뤄지는 행정사무감사에 이은 새해 예산안 심사와 함께 울산시의회 양대 이벤트인 6월 정례회의 '2020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여전히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0만 울산시민의 삶과 직결된 한 해 예산안 심사도 중요하지만, 한 해 살림살이를 점검해 잘된 것은 장려하고, 잘못된 사안은 개선을 촉구하는 절차인 결산 심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날 경우 재정운영의 효율화와 극대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7일부터 제222회 제1차 정례회에 돌입해 오는 24일까지 18일간의 일정으로 2020회계연도 울산시와 시교육청의 예산 결산서를 심사 중이다.

결산 심사의 핵심인 각 상임위원회별 활동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집행기관 소관 부서별 결산 심사를 진행했다.

각 상임위별 일정에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엿새간에 걸쳐 소관 부서 결산 심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기대했던 '결정적인 한방'이나 '주목 받은 송곳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또 부서별 결산 내용을 미리 공부해 심사에 임하는 의원은 일부에 그쳤고, 결산 심사 과정에서 나온 질문은 대부분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해 달라거나 궁금한 점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예산 집행 결과에 대한 질문도 사업 목적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얼마의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나 거나, 불용액, 이월, 집행잔액 등이 발생한 이유를 묻는 것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예산 편성의 기초가 되는 세입 추계부터 빗나가면서 실제 편성과 집행에 이르기까지 재정 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냈지만, 결산 심사장에선 이러한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내는 의원은 없었다. 

실제로 울산시가 제출한 일반·특별회계 총괄 결산액은 세입이 4조1,664억원이고 세출은 3조8,518억원에 그쳐, 쓰고 남은 예산을 뜻하는 차인잔액이 3,145억원에 달하는데도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따지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울산시교육청 결산액도 시 결산액과 마찬가지로 세입은 2조원이 넘는데, 세출은 1조9,000억원에 그치면서 명시이월 366억원, 사고이월 210억원, 보조금 잔액 6억원, 순세계잉여금 477억원 등을 합쳐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이 1,06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교육위의 결산 심사장에선 세입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예산 편성과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따끔한 질책은 찾기 어려웠다.

또 특정 사업비가 적기에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근본 원인을 짚어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방안 등 대안을 제시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결산 심사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 의원은 없었다.

물론 부서별 개별 사업에서 발생한 과도한 집행잔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여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는 많았다.

실제로 교육위의 지난 11일 강북·강남교육지원청 소관 결산 심사에선 일선학교 내진보강공사 예산의 진행 잔액이 과도하게 발생한 점과 공사비가 줄줄이 이월된 사례를 집중 거론하고 개선을 촉구한 점은 돋보였다.

이와 함께 결산 심사에 앞서 최근 악화된 울산시 재정 상황을 시민에게 알리고 대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손종학 의원의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손 의원은 상임위별 결산 심사 착수 전날인 지난 8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를 겪으면서 울산시의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된 점을 밝히고, 세원 발굴과 지출구조 개선의 필요를 지적했다. 

손 의원은 특히 시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늘린 탓에 지난해 채무액이 8,500억원대로 치솟았고, 재정 자립도와 자주도는 각각 40%대와 50%대로 추락했다는 점을 제기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산 상황을 시민에게 알리고 개선 노력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개별적인 활동은 손 의원이 유일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의회 각 상임위의 소관 부서별 결산 심사는 지난 16일 모두 마무리됐으며, 상임위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예산결산특위가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결산 종합심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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