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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조재훈 편집국장

요즘 2030세대의 파격 행보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헌정사 최초로 원내 경험이 전무한 이른바 '0선' 경력의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 신임 대표에 당선됐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출근 첫날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따릉이 대표'로 불리었다. '준스톤' '갓준석' 등의 애칭을 얻으며 온라인상에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2030세대의 입맛을 그대로 저격한 직설화법 영향이 컸다.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곳곳에서 연출된 탓에 '참신하고 시원하다'는 호평도 있지만 '미숙하고 불안하다'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변화의 길목에서 불가피하게 부딪히는 어색함이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거부감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것이 바로 작금의 현주소인 것을.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화제의 중심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자신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며 타투 스티커를 붙인 등이 훤히 드러나는 보라색 백리스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미 여러 번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 터라 그리 큰 충격은 아니라 해도 관행을 깨는 낯선 풍경에 당혹스러움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당하고 솔직한 주체적인 행동이라며 찬사를 보내는 지지자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특권 내려놓기' 경쟁의 일환으로 비치기도 해 신선하다는 평도 있었다. 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확연함을 함축하고 있다.

'꼰대 자가 테스트'라는 게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초면에 나이 확인을 먼저 하고 싶다. '내가 너만 했을 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등과 같은 생각이나 말, 행동을 보인다면 그는 분명 '꼰대'가 틀림없다고 한다. 특히 처음 만나는 상대방에게 나이를 묻고, 몇 초 안에 형과 동생으로 구분 지은 뒤 지켜야 할 예를 가늠하고자 하는 정서가 뿌리 깊이 박혀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회 일각에서 '짬짜미'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나, '네 편, 내 편'으로 갈리는 파벌이 극성을 부리는 모양새도 꼰대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문제가 정치개혁과 맞물려 풀어야 할 과제로 던져진다. 구태의 낡은 상태로 정체된 정치권에 공존과 기회균등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함을 시사한다. 

젊은 세대의 부족한 연륜은 기성세대의 조언과 도움으로 메우는 게 옳다. 급격환 변화에 둔감한 기성세대의 부족한 시대 감각은 적응력 빠른 젊은 세대들의 진취성과 도전정신에 편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삽화 ⓒ왕생이
삽화 ⓒ왕생이

서로가 지닌 장점을 믿고 인정하며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만 전제된다면 세대를 초월한 금상첨화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인턴'이 감동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말하는 '비빔밥론'처럼 영양과 풍미가 서로 부대끼며 멋진 조화를 이루어 낼 때 또 다른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는 법이다. 

기성세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세대 교체론을 외치곤 했다. 이것이 보여주기식 말장난이 아니었다면 젊은 세대들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채워주고 밀어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누구도 어렵게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고 부서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특정 세대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할 수는 없다. 또한 어느 한쪽의 출혈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세대 간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서로가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어깃장만을 놓을 것이 아니라 서로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여유도 필요해 보인다. '줄탁동시'의 지혜는 이럴 때 더욱 힘이 되는 법이다.

나이와 외모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꼰대'의 형태가 구분 지어지는 세상이 됐다. 덕분에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기회도 찾아왔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돈과 권력, 계파라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에 둘러싸여 신진 세력의 진입이 철저히 가로막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이야말로 여야 모두에게 쇄신과 혁신 경쟁을 일으키는 소중한 불씨로 거듭났으면 한다.

'…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민족시인 신동엽이 허위, 가식, 부정적 세력이나 화합을 가로막는 세력을 향해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세대를 막론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 위해 '꼰대는 가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판이다. 모름지기 정치판은 더 그렇다. 국민의 고통과 시름을 덜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꿈과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진정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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