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궐 스캔들 고발 투서 나온 연못. U울림통(35)

경주 남산동 남산 기슭 통일전 옆에 작고 아담한 연못과 정자(이요당 二樂堂)가 있다. 

 특히 한 여름 연잎이 가득한 못 주위를 따라 배롱나무 분홍빛 꽃이 만발하고 솔숲 운치도 좋아 밤낮 없이 사람 발길이 모인다.

 정월 대보름날 오곡밥을 지어 먹는 유래가 있는 사금갑 설화(射琴匣 說話)속의 못, 서출지(書出池)이다. 

 신라 눌지계의 마지막 왕인 신라 제21대 소지(炤知) 마립간 (비처왕 毗處王) 때 북으로 고구려. 말갈 등 외세 침략이 잦아 적국 백제와 동맹을 맺었으나 하늘도 저버렸는지 자연재해 마저 끊이질 않는다. 

 장창호 작가는 금성에 깊은 가뭄과 홍수가 이어진 488년 정월 흉흉해진 민심을 살피려 나선 비처왕의 어느 여정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 가고 있다.

 왕이 행차 길에 까마귀가 울어 쫓아 가다 이른 못(천천정 天泉亭) 한가운데에서 노인이 나타나 봉투를 주었는데 겉봉에 묘한 글이 적혀 있었다.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열어 보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라 쓰여 있어 왕이 봉투를 열지 않으려 하자 일관(日官)이 "두사람은 보통 사람이요 한 사람은 임금이니 열어 봐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결국 왕이 봉투를 열어 보니 “거문고갑(琴匣 : 거문고 상자)을 쏘라.”고 쓰여 있다. 
 이내 궁으로 돌아가 활로 거문고갑을 향해 쏘니 그 안에 왕비(선혜부인)와 승려(묘심)가 있었으니 왕은 정을 통하고 흉계를 꾸민 이들을 처형한다.

 묘심은 알고 보니 고구려 첩자 였다.

 훗날 이 일을 알려준 까마귀를 위해 매년 정월 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풍속이 생겨났다. 

  제19대 눌지왕 때 신라에 숨어든 고구려 승려 묵호자(墨胡子)가 불교를 전파하고 제23대 법흥왕 때 되어서야 승려 이차돈의 순교로 공인되기 전에 이미 궁궐 내전에 법당이 있고 법당을 관리하는 승려가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수 있다.

 현재 못 옆 팔작지붕 정자는 조선시대 청렴했던 한 선비(임적 任適)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세운 집으로 요산요수(樂山樂水)에서 이름을 따 '이요당'이라 불렀다고 한다. 진행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경주 서출지와 이요당 주변의 배롱나무에 분홍빛 꽃이 활짝 피어 있다. 20201. 7. 18 김대웅 제공
경주 남산동 서출지와 이요당 주변의 배롱나무에 분홍빛 꽃이 활짝 피어 있다. 2021. 7. 18 김동균 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 울산신문 오디오클립 'U울림통' 바로가기
 ▶ 영상 보기 : 장창호TV [36] 거문고갑을 쏴라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