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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화봉고 2학년
김경림 화봉고 2학년

"여러분은 흙과 아스팔트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요?"
 고등학교 1학년, 수업 중 사회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이었습니다. 제게 그 질문의 답은 너무 뻔해 보였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흙을 선택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던 찰나, 학급 모두가 고민도 없이 아스팔트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속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께서 저를 보며 1학년 전체 학급을 돌아다녔지만, 흙을 선택한 학생은 제가 겨우 두 번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반 친구들은 흙은 먼지도 많이 나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지만 아스팔트는 깔끔하고 잘 정돈돼 보여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저는 친가와 외가 모두 시골에 자리 잡은 기와집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없는 것도, 우물에서 물을 퍼마시는 것도, 장독대에서 장을 꺼내오는 것도, 가을이면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곶감과 메주도, 겨울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것도, 흙바닥에 경운기가 돌아다니는 것도, 모두 어려서부터 익숙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저는 높은 건물들과 검은 아스팔트가 깔린 빽빽한 도시를 답답해하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학급 모두가 놀란 듯 보였고 그렇다면 달걀은 닭이 낳은 것을 먹느냐 프라이팬 대신에 솥뚜껑에 음식을 조리해 먹느냐는 등의 장황한 질문들을 내놓았습니다. 
 도대체 요즘은 시골을 뭐로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게 놀란 그들에게 오히려 제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와 같이 달걀을 사서 먹고, 시골에도 도시와 같이 가스를 사용하고, 인터넷은 단지 우리 가족이 설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설치하지 않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지 못하는 반 친구들은 저는 신기하듯 바라보았고 이때 저는 시골은 도시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가축 분뇨 냄새가 나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뿐인 불편하고 정돈되지 못한 공간이라는 반 친구들의 시골 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들을 잠시나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편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 그렇지만 자연의 도움 없이 과연 기술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도시라고 해서 우리가 자연과 분리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식사는 모두 자연으로부터 나오며 길을 걷는 우리의 옆을 지키는 가로수들과 하다못해 발밑의 보도블록에서조차 힘겹게 자라고 있는 들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자연환경에 속해 있는 시골에 대한 현대인들의 편견이 앞으로 우리 삶에서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더욱 잊게 하고 비로소 그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후회할 것입니다.
 시골과 도시, 자연과 과학기술, '흙과 아스팔트'.
 여러분은 처음에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지금도 그 선택엔 변함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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